(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KT 위즈 베테랑 황재균(38)이 7년 만의 만루홈런으로 오랜만에 활짝 웃었다. 비록 결승 홈런이 되진 못했지만, 팀이 이겼기에 기쁨은 두 배였다.
황재균은 2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7번타자 3루수로 선발 출장해 5타수 2안타(1홈런) 2득점 4타점으로 활약, 팀의 13-8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황재균은 그랜드슬램을 터뜨렸다. 팀이 3-5로 뒤진 5회초 2사 만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황재균은, 두산 2번째 투수 최원준의 2구째 시속 135㎞짜리 슬라이더가 가운데로 몰린 것을 놓치지 않고 만루홈런으로 연결했다. 황재균의 시즌 5호 홈런이자 개인 통산 9번째 만루포.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황재균은 "만루 찬스가 와서 세게 친다는 생각으로 타석에 들어섰다"면서 "외야 쪽으로 좋은 타구가 가면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투가 들어왔다"고 말했다.
황재균의 타구는 아슬아슬하게 좌측 폴대 안쪽으로 들어갔다. 타구를 바라보던 그는 "처음엔 확실히 안쪽이라 생각했는데, 점점 타구가 휘어져서 파울이 될 것 같았는데 그래도 홈런이 됐다"며 웃었다.
황재균은 2018년 6월 19일 수원 롯데전 이후 무려 2621일 만에 그랜드슬램을 기록했는데, 이 홈런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당시 롯데 김원중 선수를 상대로 대타로 나가 홈런을 쳤던 것으로 기억한다"면서 "예전엔 만루홈런이 잘 나왔는데, 요즘엔 쉽지 않다"고 했다.
다만 이날 황재균의 만루홈런은 결승타가 되진 못했다. KT가 7-5로 역전한 5회말, 선발투수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가 강승호에게 솔로홈런을 맞는 등 2실점 하며 7-7 동점이 됐기 때문이다.
황재균은 "보통 역전 만루홈런을 치면 그대로 경기가 끝나는데, 5회말 시작하자마자 초구에 홈런을 맞더니 동점까지 주더라"면서 "2회에 스티븐슨이 공을 보지 못하는 등 안 풀리는 상황이 있었는데, 그래도 마지막엔 이겼으니 기분좋다"고 했다.
KT는 6회말 1실점 해 7-8로 역전당했는데, 8회초 대거 6점을 내 다시 경기를 뒤집었다. 황재균 역시 좌전안타로 대량 득점의 발판을 마련했고, 1사 만루에서 김민혁의 역전 3타점 2루타가 터졌다.
황재균은 "내가 홈런을 때린 뒤 동점을 줘서 아쉬웠지만, 그래도 (김)민혁이가 좋은 안타를 쳐주면서 분위기가 다시 넘어왔다"면서 "이런 경기를 잡아서 분위기를 타면 다시 좋은 흐름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올 시즌 전 '멀티 포지션' 소화를 위해 땀 흘렸던 황재균은, 지난 5월 말 햄스트링 부상으로 한 달 넘게 빠졌다. 특히 타격감이 올라온 무렵에 다쳐 아쉬움이 컸고, 복귀 후에도 한참 동안 부진의 터널에 빠졌다.
그래도 최근엔 서서히 감이 올라오고 있다. 황재균은 "요즘 공이 잘 보이고 있고, 배트 중심에 맞는 타구가 많이 나온다"면서 "꼬박꼬박 안타도 나오고 있어서 긍정적이다. 좋은 결과로 마무리하고 싶다"고 했다.
이어 "부상 부위도 많이 좋아졌다. 조금 불안한 느낌은 있지만 조절하면서 뛴다"면서 "오늘처럼 (허)경민이가 없는 날엔 3루수 수비는 언제든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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