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경호 '느끼고 요구를 듣는다'展 전시 전경 (눈 컨템포러리 제공)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유화 물감의 물질성을 탐구하며 회화의 본질에 질문을 던져온 백경호의 개인전 '느끼고 요구를 듣는다'가 29일부터 10월 2일까지 눈 컨템포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백경호 작가가 회화와 주고받은 대화의 흔적이다. 물감이 남긴 표면은 우연과 직관, 관찰과 기억이 교차하며 형성된 시간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작가는 이러한 흔적을 통제하기보다 회화가 스스로 발화하는 힘을 수용한다. 이는 반복적인 재현의 절차를 따르지 않는, 오직 회화만이 가능한 독특한 사유의 전환점이다.

작가에게 회화는 단순한 결과물이 아니라, 살아 있는 존재처럼 그 자체로 스스로의 길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의 작업에서 유화 물감은 수동적인 재료가 아닌, 작가와 소통하는 주체로 등장한다. 그는 붓, 나이프, 긁개 등의 도구를 이용해 물감을 밀어 올리고 겹겹이 쌓으며,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우연하고 기묘한 표면에 집중한다. 작가는 이 표면을 오랫동안 응시하다가, 마치 그림이 스스로 방향을 잡고 무언가를 요구하는 순간을 맞이하는데, 그는 이를 '인식점'이라 부른다.

백경호, 찢어진 천사, 2024-2025, oil, charcoal on canvas, 194.2 x 259cm (눈 컨템포러리 제공)



전시 제목인 '느끼고 요구를 듣는다'는 바로 이 같은 독특한 작업 방식에서 비롯됐다. 작가는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기보다는 그림이 이끄는 방향에 응답하며 예측할 수 없는 흔적들을 화면에 담아낸다. 최근에는 기본적인 사각 프레임 안에서 물감이 만들어내는 조형적 완결성을 탐구하며, 물질과 행위가 얽히는 회화의 가능성을 더욱 깊이 파고들고 있다.

관람객은 작품을 단순히 '보는' 행위를 넘어, 작가의 물질적 흔적과 그에 대한 응답이 교차하는 현장을 함께 '경험하는' 존재로 초대된다. '느끼고 요구를 듣는다'는 회화를 매개로 한 긴밀한 대화의 장이자, 물질적 흔적이 쌓아 올린 시간과 에너지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기회다.

백경호는 꾸준히 자신만의 독특한 회화 세계를 구축해 온 작가다. 2012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총 6회의 개인전을 열었다. 송은미술대상전을 비롯해 인천아트플팻폼, 일민미술관, 아뜰리에 에르메스, 아라리오 갤러리 등 국내외의 주요 전시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