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손흥민이 화제다. 늘 그랬지만, 이번에는 좀 다른 측면에서의 화제다.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은 9월 미국 원정 평가전(7일 미국전, 10일 멕시코전/한국시각) 참가 명단을 발표하던 8월25일, 주장 변경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이후 한국대표팀의 주장을 상징하는 완장은 늘 손흥민 팔에 감겨 있었다.
홍 감독은 "(주장 교체는)계속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다. 당장 바꾼다 안 바꾼다 결정하진 않았다. 하지만 팀을 위해 어떤 선택이 가장 좋은 지 꾸준하게 고민해야한다"고 말했다.
갑작스런 질문과 답변에 재차 확인 작업이 들어가자 그는 "변경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 앞으로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면서 "내 표현이 애매할 수 있으나, 지금은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모호한 말을 거듭했다. 주목할 것은 이후 발언이다.
"이제는 손흥민이 얼마나 오래 뛰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언제 어떤 순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주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그 역할을 충분히 해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주장 관련 질문에는 중언부언하던 홍 감독이 더 부담스러운 내용은 딱 부러지게 생각을 전달했다. 본격적인 '월드컵 모드' 돌입을 앞두고 사령탑이 어렵지만 필요한 화두를 던졌다.
2010년 12월30일 시리아와의 평가전에 18세 175일 나이로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손흥민은 당시 조광래 감독의 파격적인 선택과 함께 2011 AFC 아시안컵 본선 엔트리에 승선했다. 이후 지금껏, 손흥민 없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상상할 수 없었다. 부상이 아니면 빠지는 경우가 없었다. 카타르 월드컵 '마스크 투혼'처럼 부상이 있어도 뛰었다.
한국 축구사 A매치 최연소 출전 5위로 화려하게 등장한 샛별은, 14년이라는 긴 세월을 대표팀과 함께 하며 A매치 최다 출전 3위(134경기), 최다득점 2위(51골)라는 대기록을 작성한 베테랑이 됐다. 세계 최고의 무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호령하는 믿을 수 없는 활약을 포함, 손흥민은 한국 축구의 자랑이었다.
하지만 계속 전성기만 달리는 선수는 없다. 원조 레전드 차범근도,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도, 두 개의 폐 박지성도 다음 세대에 배턴을 넘기던 시점이 있었다. 펠레나 마라도나, 지단 등 세계 축구사 큰별들도 마찬가지 끝이 있었다.
물론 손흥민은 여전히 대표팀에 꼭 필요한 선수이자 리더다. 하지만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도 2018 러시아 월드컵이나 2022 카타르 월드컵 때 퍼포먼스를 바라는 것은 무리가 있다. 내년이면 서른넷이다. 어쩌면 가혹한 주문이기도 하다.
선수는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기 힘들다. 인지하더라도 차가운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 늘 주인공을 맡았던 이들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누군가 결정을 도와야한다.
2002 4강 신화 멤버 '반지의 제왕' 안정환과 '스나이퍼' 설기현은 2006 독일 월드컵에서 후반에 조커로 투입된 공격수였다. 2002년과 2006년 대회 때 진공청소기로 중원을 지킨 김남일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 기성용과 김정우의 백업 멤버였다. 같은 대회에서 '거미손' 이운재는 후배 정성룡이 골문을 지키는 것을 벤치에서 응원했다. 시간의 흐름 속 배역이 달라진 것인데, 받아들인 선배들의 변신이 결코 초라하지 않았다.
가볍지 않은 홍명보 감독이 공식 석상에서 전한 이야기다. 많은 팬들이 받아들이기 싫을 '포스트 손흥민' 시대에 대한 이야기니 심사숙고 후 꺼냈을 것이다. 이제 공은 손흥민에게 넘어갔다. 그가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가 중요하다.
자신도 팀도 득이 될 선택이 나오길 기대한다. 2026 북중미 월드컵은 사실상 '선수 손흥민'과 함께 하는 마지막 월드컵이다. 많은 것이 '유종의 미'라는 단어와 어울렸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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