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사진=뉴시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다. 지난 '6·27 가계부채 대책'에도 불구하고 서울 일부 지역의 집값 상승세가 지속돼 서둘러 금리를 낮추기보다 관망을 택했다.

28일 오전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통화정책 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현재 연 2.50%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7월10일 금통위에 이어 2회 연속 동결로 미국(연 4.25~4.50%)과의 금리차는 2.0%포인트로 유지됐다.


가계부채가 좀처럼 잡히지 않고 부동산 시장 불안정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 금리 동결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한은이 발표한 '2025년 2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1952조8000억원으로 전분기말과 비교해 24조6000억원 늘었다. 지난 1분기 가계신용이 1928조7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데 이어 또 한 번 기록을 갈아 치웠다.
한·미 기준금리 추이/그래픽=머니S 김은옥 기자
정부의 '6·27 부동산 대출 규제' 이후 시장 안정 여부를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도 금리 조정을 신중하게 만든 배경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6·27 대책 이후에도 서울 한강변과 재건축 단지에서는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성동구 성수동1가 '서울숲아이파크포레' 전용면적 59㎡는 지난 14일 28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 기록했다. 강동구 '고덕센트럴푸르지오' 전용 59㎡도 13억25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재건축이 추진 중인 용산구 이촌동 '삼익' 전용 145㎡는 이달 6일 기존 최고가인 30억8000만원보다 6억3000만원 오른 37억1000만원에 거래됐고, 여의도 '광장' 전용 117㎡도 지난 22일 35억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경신했다.


한은은 기준금리 발표 후 통화정책방향문에서 "물가가 안정된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성장세는 전망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지만 내수를 중심으로 다소 개선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수도권 주택가격 및 가계부채 추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하면서 대내외 여건 변화를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경제성장률 0.9% 제시… 내년 경제성장률 1.6%
한은의 올해 경제성장률 수정 전망치는 0.9%로 제시됐다. 정부의 확장 재정에 따른 경기 부양 효과를 기대하며 기존 0.8%에서 0.1%포인트 상향 조정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제시한 0.8%보다 높고 기획재정부의 전망인 0.9%와 동일하다.

한은은 "국내 경제상황을 보면, 건설투자 부진 지속에도 소비가 회복되고 수출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예상보다 늘어나면서 성장 흐름이 개선됐다"며 "앞으로 내수는 추경, 소비심리 개선 등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가겠으나, 수출은 당분간 양호한 흐름을 보이다가 미국 관세 부과의 영향이 확대되면서 점차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내년 경제 성장률은 1.6%로 기존 전망과 동일하게 유지했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로 기존 전망(1.9%)과 비교해 0.1%포인트 높였다. 내년 물가 상승률은 1.9%로, 지난 5월(1.8%)보다 0.1%포인트 올려 잡았다.

한은은 "국내경제는 물가상승률이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성장세가 다소 개선되었지만 미 관세정책의 영향 등으로 향후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은 높은 상황"이라며 "금융안정 측면에서는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세와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되었지만 추세적으로 안정될지를 좀 더 점검하는 한편 환율 변동성의 확대 가능성에도 계속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향후 통화정책은 성장의 하방리스크 완화를 위한 금리인하 기조를 이어나가되, 이 과정에서 대내외 정책 여건의 변화와 이에 따른 물가 흐름 및 금융안정 상황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 시기 및 속도 등을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