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뉴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현행 연 2.50%로 묶었다. 지난달에 이어 두 번 연속 동결이다. 부동산 시장 과열과 가계부채 급증 우려가 커졌고 미국과의 금리 차 확대에 따른 환율 불안 가능성도 동결 결정에 힘을 실었다.

28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오전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50%로 유지했다.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의 핵심 배경은 수도권 집값 불안과 가계부채 확대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셋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9% 상승했다. 정부의 6·27 대책 이후 상승세가 주춤했지만 일부 신축·재건축 단지에서는 여전히 신고가 계약이 체결되며 국지적 불안이 남아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앞서 "금리 인하의 속도와 폭이 시장 심리를 자극해 부동산 가격을 다시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하지는 않겠다는 게 금통위원들의 공통된 생각"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가계부채도 기준금리 인하를 머뭇거리게 한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이달 7일 기준 760조8800억원으로 한 달 새 1조9000억원 늘었다. 7월 한 달 일평균 1300억원 증가에서 8월 들어 일평균 2700억원 증가로 다시 속도가 붙었다.


한·미 간 금리 격차 확대도 동결 배경으로 작용했다. 현재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금리는 연 4.25~4.50%로, 한국과의 격차는 상단 기준 2.0%포인트에 달한다. 만약 한국이 이번에 선제적으로 인하에 나섰다면 격차는 2.25%포인트까지 벌어져 외국인 자금 유출과 환율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경기 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금융 안정 요인이 더 크게 평가됐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추경) 집행과 확대 재정정책으로 소비심리가 개선된 점도 한은이 당장 인하에 나서지 않아도 된다는 근거가 됐다.

한은은 이번 결정으로 금융 안정에 방점을 찍었지만 경기 둔화 우려와 미국 연준의 정책 방향에 따라 하반기 추가 인하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연말 최종금리를 연 2.25% 수준으로 예상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내년까지 잠재성장률을 밑돌 것으로 보이는 경제 여건을 고려할 때 통화정책 완화 기조는 이어질 것"이라며 "다만 미국의 9월 인하 여부를 확인한 뒤 한국은 10월께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