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소 관리에서 출발해 '웰-엔딩(Well-Ending)' 플랫폼으로 확장 중인 스타트업 '메모리올'이 고령화 사회의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신한카드 사내벤처 프로그램 '아임벤처스' 7기에서 시작된 메모리올은 묘소관리 서비스를 기반으로 장기적으로는 상속·법률·유품 정리까지 아우르는 종합 엔딩테크 기업을 지향한다.
이정준 메모리올 대표는 "삶의 마지막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도 깊게 연결되는 과정"이라며 "메모리올은 마지막이 존중받고 남겨진 사람이 안심할 수 있는 경험을 만드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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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직원에서 스타트업 대표로… 죽음의 공백을 보다 ━
죽음은 누구에게나 닥치지만 그 무게를 온전히 감당하는 건 결코 쉽지 않다. 특히 남겨진 이들에게는 현실적 부담과 심리적 공백이 동시에 찾아온다. 이 문제 의식이 메모리올의 첫걸음이 됐다.신한카드에서 일하던 이정준 메모리올 대표는 뜻밖의 계기로 전환점을 맞았다. 새로운 카드 납부 방안을 검토하던 중 '추모공원 관리비를 정기결제로 자동 납부하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단순한 생각처럼 보였지만 이를 계기로 묘소 관리라는 영역이 여전히 디지털화되지 않은 채 방치돼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주변에도 같은 고민이 있었다. 부모 세대는 "앞으로 누가 묘소를 관리할까"를 걱정했고 자녀 세대는 직접 관리하기엔 물리적·현실적 제약에 부딪히며 부담을 호소했다. 가족 구성원 자체가 줄어들고 있어 이 문제는 더 이상 개인의 몫으로만 둘 수 없는 과제라는 점을 직감했다. 이 대표가 '묘소관리'라는 낯선 시장에서 가능성을 읽고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겠다고 결심한 배경이다.
신한카드의 사내벤처·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아임벤처스'가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신한카드는 2016년 사내벤처 제도를 시작으로 2018년부터는 지불결제·빅데이터 등 디지털 금융 분야의 외부 스타트업과 협업하며 금융 혁신 영역을 확대 중이다.
그렇게 2022년 사내벤처에 도전하게된 메모리올은 이듬해 8월 묘소관리 종합서비스 플랫폼 '조상님복덕방'을 출시, 지난해엔 독립 스타트업으로 분사했다.
그는 다양한 고객을 만나며 서비스의 필요성을 몸소 확인했다. 경기도 용인에서 서울 사무실까지 직접 찾아온 70대 고객도 있었다. 온라인 기반 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직접 발걸음을 한 이유는 "정말 믿을 수 있는 곳인지 확인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이 대표는 "가족·조상·추모와 관련된 일은 누구에게나 중요하지만, 신뢰할 만한 브랜드가 없어 고객들이 불안을 느낀다는 걸 알게 됐다"며 "체계적이고 투명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절실히 깨달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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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더 성장… 신한금융 업고 쑥쑥 ━
메모리올은 서비스 시작 이후 누적 1000건 이상의 고객 상담과 수백 건의 실제 거래를 만들었다. 지난해 약 3억원 규모의 거래액을 달성했고 올 연말이면 더 큰 성장이 예상된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분사 이후에도 신한카드는 물론 신한금융그룹과의 오픈이노베이션 협업 역시 메모리올 성장의 중요한 동력이 되고 있다. 내년에는 정부 지원사업인 초기창업패키지, TIPS(팁스) 프로그램 등도 검토 중이다. 오는 2026년에는 투자 유치도 계획하고 있다.
이 대표는 메모리올이 죽음을 다루지만 결코 어둡지 않은 브랜드가 되길 희망한다. 서비스명에서도 이러한 철학을 드러냈다. '조상님복덕방', '조상님이발소', '데일리안부'와 같은 이름에는 무겁고 꺼려지는 주제를 조금 더 친근하게 풀어내고자 하는 의도가 담겼다.
다가올 추석에는 차례 대행 시범 서비스도 선보인다. 해외 체류, 가족 사정, 바쁜 일정 등으로 직접 차례를 지내기 어려운 이들을 위해 정성과 절차를 담아 예를 대신 올리는 서비스다.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공간의 제약 없이 참석하거나 직접 참여하는 것도 가능하다. 차례나 제사가 어느 순간부터 부담스러운 문화로 인식되고 있는 만큼 현대 사회에 맞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다.
이 대표는 "메모리올의 목표는 단순히 '죽음 이후'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죽음 이전'의 준비까지 돕는 웰-엔딩 파트너가 되는 것"이라며 "누구나 안심할 수 있는 엔딩 문화를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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