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LG 트윈스 투수 손주영(27)이 지독한 아홉수 징크스에 빠졌다. 다섯 차례 10승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빈손으로 마운드를 내려갔다.
지난해에는 시즌 막판 승수 쌓기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9승에 머물렀는데, 올 시즌에도 그런 모습이 되풀이되고 있다.
손주영은 지난 31일 열린 KBO리그 잠실 키움 히어로즈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8피안타 3볼넷 3탈삼진 4실점으로 부진했다.
팀이 1-4로 밀리던 상황에서 교체된 손주영은 승리 투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쌍둥이 군단 차세대 에이스'로 평가받는 손주영은 7월까지만 해도 염경엽 감독의 기대대로 승승장구했다.
그는 7월 30일 KT 위즈전에서 7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쳐 LG 투수 중 가장 먼저 시즌 9승을 따냈다. 9승은 2017년 프로 생활을 시작한 손주영의 개인 시즌 최다 승리 타이기록이다.
7월 등판한 4경기에서 3승을 쓸어 담을 정도로 페이스도 매우 좋았다.
그러나 8월 들어 손주영은 다섯 차례 등판해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처음에는 승운이 따르지 않았다.
손주영은 8월 5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5이닝 2실점으로 자기 몫을 했지만, 타선은 겨우 1점만 지원했다.
10일 한화 이글스전(6이닝 2실점 1자책)과 20일 롯데 자이언츠전(6이닝 3실점)에서는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으나 각각 2-2, 3-3으로 팽팽히 맞선 상황에서 교체됐다.
손주영은 26일 NC 다이노스전에서 5이닝 4실점(비자책)으로 흔들렸지만 모처럼 타선의 화끈한 지원을 받아 승리 투수 요건을 충족했다. 그러나 7-4로 앞선 상황에서 가동된 불펜이 6회말 5점을 헌납, 손주영의 승리는 또 무산됐다.
손주영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사이에 '동료' 요니 치리노스, 임찬규, 송승기가 차례로 10승 고지를 밟았다.
손주영은 LG 선발진 중 유일하게 두 자릿수 승리를 올리지 못했다. 4승을 기록한 앤더스 톨허스트는 지난달 12일 KBO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손주영은 이상하리만큼 후반기 승수 쌓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는 지난해에도 7월까지 8승을 올렸으나 8월 이후 선발 8경기에서 1승(5패)만 따냈다. 매번 무너진 것도 아니었다. 6이닝 1실점, 7이닝 2실점(1자책) 등 호투를 펼친 경기에서도 패전을 떠안았다.
올해도 지난해 못지 않다. 오히려 여기에 더해 괜찮았던 투구 내용도 난타당하는 상황이 늘어나는 등 더욱 나빠지고 있다. 키움전에서는 1~5회 매 이닝 주자를 내보내며 어려움을 겪었다.
LG는 이제 19경기만 남겨두고 있기 때문에 손주영이 마운드에 오를 경기도 많지 않다. 그 몇 안 되는 기회를 한 번이라도 잡아야 10승이 가능하다.
손주영이 1승을 추가하면 LG는 1994년 이후 31년 만에 선발 10승 투수 4명 배출이라는 진기록을 세울 수 있다. 당시 이상훈(18승), 김태원(16승), 정상흠(15승), 인현배(10승)가 선발 10승 이상을 올리며 통합 우승을 이끌었다.
역대 시즌을 통틀어서도 선발 10승 투수 4명 이상이 나온 팀은 여덟 번에 불과하다.
단순히 기록 달성을 위해 손주영의 10승이 필요한 게 아니다. 탄탄한 마운드를 앞세워 2년 만에 정상 탈환을 노리는 LG 입장에서는 손주영이 반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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