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를 대표하는 명가 전북현대와 울산 HD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지난해와 전혀 다른 위치에서 시즌을 보내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서울=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전북현대와 울산HD, K리그를 대표하는 명문 클럽이자 '현대가 라이벌'의 입장이 1년 만에 확 바뀌었다. 지난해 순위표 가장 높은 곳에서 리그를 지배했던 울산은 올해 추락 속도가 심상치 않다. 반면 강등 직전까지 내몰렸던 전북은 거침없이 질주 중이다.


한 시즌 만에 명가의 자존심을 회복한 전북은 시즌 더블(정규리그+코리아컵 우승)에 도전한다. 개막을 앞두고 K리그1 4연패라는 대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울산은 이제 하위 스플릿행을 걱정해야하는 처지가 됐다.

전북은 지난달 30일 울산 문수축구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5 28라운드'에서 울산 HD를 2-0으로 꺾었다. 후반 8분 코너킥 상황에서 약속된 움직임 속 이영재의 선제골이 나왔고 5분 뒤 리그 득점 선두 전진우의 쐐기골(개인 14호)이 터지며 적진에서 승점 3점을 챙겼다.

직전 라운드에서 포항스틸러스에 1-3으로 지면서 22경기 연속 무패 기록이 깨진 전북은 거스 포옛 감독이 징계로 벤치를 지키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승전고를 울렸다. 앞서 8월27일 강원FC와의 코리아컵 4강 2차전 극적인 2-1 역전승까지 묶어 분위기를 확 바꾼 전북이다.



지난해 강등 직전까지 추락했던 전북은 올 시즌 '더블'을 노리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같은 라운드에서 2위 김천(13승7무8패 승점 46)이 3위 대전(12승9무7패 승점 45)에게 패하면서 전북은 17점차 단독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앞으로 남은 일정은 상하위 스플릿까지 포함해 10경기. 전북의 전력과 잔여 일정을 두루 감안할 때 정규리그 우승은 전북 쪽으로 많이 기울어졌다.

지난해 이 시점을 생각하면 콧노래가 나온다. 2024년 8월31일 전북현대의 K리그1 순위는 11위였다. 꼴찌에서 두 번째, 강등권이었다. 그랬던 전북이 2025년 8월 마지막 날 압도적 선두이자 시즌 더블을 노리는 위치로 탈바꿈했다. 원래 강한 팀이었으니 올해의 활약을 이변이라 부를 순 없겠으나 짜릿한 뒤집기임은 분명하다.

디펜딩 챔피언 울산은 울상이다. 최근 3연패를 당한 울산은 9승7무12패(승점 34)가 되면서 8위에 머물러 있다. 소방수 임무를 맡은 신태용 감독 부임 후 첫 경기에서 제주SK에 1-0으로 승리한 뒤 계속 패하고 있다. 내용도 좋지 않다. 수원FC, FC서울, 전북을 상대해 2-4, 2-3, 0-2로 졌다. 실점이 많으니 승점 쌓기가 어렵다.

9위 안양(10승3무15패 승점 33)과는 1점 차에 불과하고 강등권인 10위 수원FC, 11위 제주SK(이상 승점 31)에도 겨우 3점 앞서 있다. 이런 흐름이라면 지난해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벼랑 끝 승부를 벌였던 전북의 길을 따라 밟지 말라는 법도 없다.


울산이 지금 기댈 곳은 2주라는 '시간'이다. 이때 심폐소생술이 성공해야한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울산이 기댈 곳은 A매치 브레이크로 찾아온 2주라는 '시간'이다. 이 기간 신태용 감독이 선수단에 가할 심폐소생술 결과가 중요하다.

상위 스플릿 마지노선인 6위 자리를 놓고 다툴 광주와 강원(이상 승점 38), 서울(승점 40)과의 거리도 아주 멀리 떨어져 있진 않으니 내부적으로는 절망보단 희망을 말해야할 때다.

갈림길까지 남은 5경기 결과에 따라 상위 스플릿에서 시즌을 마무리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하지만 반전을 도모하지 못한다면 악몽 같은 '가을 축구'를 해야 한다. 만약 울산이 하위 스플릿으로 추락한다면 2015년 이후 10년 만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