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27·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 AFP=뉴스1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반등 조짐을 보인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부상을 딛고 돌아오는 김혜성(26·LA 다저스)과 김하성(30·탬파베이 레이스)까지. 메이저리그 정규시즌이 어느덧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코리안 메이저리거' 3인의 9월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2025 메이저리그는 팀별 140경기 가까이 소화해 20여 경기만을 남겨 놓고 있다. 9월엔 확장 엔트리가 적용돼 유망주 등이 빅리그에 올라오는 일이 잦아지고, 시즌 막판 치열한 순위 싸움도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인 메이저리거 중 가장 꾸준하게 경기에 나선 이정후는 8월 만족스러운 성과를 냈다.

6~7월 극심한 부진을 보였던 이정후는 8월 26경기에서 100타수 30안타로 월간 타율을 정확히 0.300에 맞췄다.


특히 26경기 중 3경기를 제외한 23경기에서 안타를 생산한 꾸준함이 돋보였다. 한 경기에 많은 안타를 몰아친 경우는 많지 않았으나 최소 한 개의 안타를 생산한 자체로 고무적이었다.

그는 8월에만 8경기 연속 안타, 10경기 연속 안타 등 두 번이나 장기간 안타 행진을 벌였다. 한때 2할 4푼대까지 추락했던 시즌 타율도 0.259로 높였다.

여기에 더해 8월29일 시카고 컵스전에선 메이저리그 데뷔 첫 끝내기안타의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5월 중순을 끝으로 소식이 없었던 홈런포도 8월에 재개했다. 그는 8월20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에서 시즌 7호 솔로홈런을 때렸다.

홈런은 한 개뿐이었지만 2루타 이상의 장타는 꾸준히 생산했다. 8월에 때린 30안타 중 8개가 2루타, 2개가 3루타였다. 시즌 2루타 30개, 3루타 10개로 추신수의 뒤를 잇는 기록을 세웠다.

8월의 반등은 9월을 더욱 기대하게 한다. 이정후는 4~5월까지만 해도 리그 '톱클래스'의 활약을 연일 이어갔는데, 이후 상대 팀의 분석과 체력 문제 등으로 오랜 부침을 겪었다.

긴 슬럼프로 자칫 무너질 수도 있었지만 이정후는 다시 중심을 잡았다. 한때 7번에 고정되던 타순이 최근엔 1번, 5번 등으로 전진 배치되는 등 팀 내 신뢰도 다시 찾은 모습이다.

데뷔 시즌이던 지난해 부상으로 일찍 시즌을 접었기에, 풀타임 첫해인 올 시즌이 더욱 중요하다. 마지막까지 피치를 끌어올려 시즌 성적을 조금이라도 높인다면 다음 시즌 이정후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릴 수 있다.

김혜성(26·LA 다저스). ⓒ AFP=뉴스1


김혜성은 부상에서 돌아올 채비를 마쳤다. 지난 7월30일 왼쪽 어깨 점액낭염으로 부상자 명단에 올랐던 김혜성은 재활을 마치고 22일부터 트리플A 경기를 뛰며 실전 감각을 끌어올렸다.

그는 9차례 재활 경기에서 34타수 11안타(0.324) 3타점 5득점 1도루 등을 기록하며 몸 상태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다. 수비 포지션도 2루수와 유격수, 중견수, 좌익수 등을 두루 소화해 냈다.

김혜성은 확장 엔트리가 시작된 이후인 이달 3일 피츠버그 파이리츠와의 원정 경기부터 빅리그에 복귀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내야에 부상자가 많았던 다저스는 김혜성의 복귀가 반갑다. 키케 에르난데스에 이어 또 다른 유틸리티 플레이어가 돌아와 경기 운용에 숨통을 틔워줄 것이란 기대다.

김혜성은 부상 당하기 전까지 빅리그 58경기에서 0.304의 타율에 2홈런 15타점 12도루 등을 기록했다. 토미 에드먼의 부상으로 한 번 왔던 기회를 놓치지 않고 빅리그 생존에 성공했다.

하지만 또 한 번의 '생존 경쟁'을 거쳐야 한다. 다저스는 포스트시즌 진출이 유력한 데, 김혜성이 엔트리에 포함될지는 미지수다.

그렇기에 부상에서 복귀한 뒤인 9월 김혜성이 어떤 활약을 펼치느냐에 따라 데뷔 첫 시즌 '가을야구' 경험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김하성(30·탬파베이 레이스). ⓒ AFP=뉴스1


김하성 역시 부상 복귀를 앞두고 있다. 어깨 수술 이후 긴 재활 끝에 7월에 복귀했던 그는 지난달 22일 허리 염증으로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휴식을 취하고 복귀 준비를 마친 김하성은 확장 엔트리 시행일인 2일 시애틀 매리너스전에 맞춰 콜업될 가능성이 높다.

김하성은 올 시즌 현재까지 24경기에 출전해 0.214의 타율과 2홈런 5타점을 기록했다. 2021년 빅리그에 데뷔한 이래 처음으로 규정 타석을 채우지 못하고 사실상의 '안식년'을 보내게 됐다.

소속팀 탬파베이의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도 사실상 높지 않은 상태지만, 그럼에도 김하성의 남은 시즌은 중요하다.

그는 시즌 전 탬파베이와 2년 2900만 달러 계약을 맺었지만, 내년 시즌 1600만 달러의 연봉을 포기하고 옵트 아웃(opt out)을 선언할 수 있다.

현재로선 옵트 아웃 없이 1600만 달러의 연봉을 수령할 가능성이 높은데, 그렇다 해도 내년 시즌 탬파베이의 전력 구상에 포함되기 위해선 올 시즌 남은 시간 최대한 좋은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스몰 마켓' 팀인 탬파베이는 상황에 따라선 시즌 중 김하성의 트레이드를 계획할 수도 있는데, 부상이 완벽히 회복됐다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