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경제역사학자 요한 노르베리가 세계화의 공방과 성장·불평등·환경·중국 이슈를 아우른 '자본주의자 선언'을 출간했다.
노르베리는 자본주의를 둘러싼, 오래된 편견을 데이터로 걷어낸다. 시장이 약할수록 엘리트가 권력을 독점하고, 자유 시장과 사유 재산, 자발적 계약이 권력 남용을 억제한다는 원리를 사례와 통계로 제시한다.
1장은 세계화 이후 무엇이 성장했는지 추적한다. 빈곤·문맹·사망률이 크게 줄고 기대수명이 늘어난 변화가 핵심이다. 그는 포퓰리즘이 제도를 약화해 다음 혁신의 씨앗을 고갈시킨다고 경고한다. 강한 지도자가 약한 제도를 만들면 성장의 토대가 무너진다는 설명이다.
2~4장은 일자리와 불평등 논쟁을 재구성한다. 그는 '해외'와 '기계'가 일자리를 빼앗았다는 통념을 반례로 비춘다.
예를 들어 아이폰 조립의 중국 몫은 완성품 가격의 극히 일부에 머물고, 고부가가치는 설계·소프트웨어·브랜드가 가져간다. 자본가가 창출 가치에서 가져가는 몫이 2.2%라는 분석도 제시한다. 나머지 98%의 효용은 소비자·노동자·공급망으로 돌아간다.
5~6장은 독점과 산업 정책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그는 정부가 손실까지 떠안는 구조가 좀비 기업을 늘려 생산성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한다. 이익과 손실을 시장에 맡기면 경쟁은 스스로 규율을 만들고, 실패가 책임으로 귀결될 때 혁신은 살아난다.
7~8장은 중국과 환경을 함께 읽는다. 그는 개혁의 후퇴와 통제가 장기 침체의 덫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환경에서는 성장과 보전의 양자택일을 거부한다. 소득이 오르면 사회는 정화 시설·친환경 기술·생태 보전에 더 투자하고, 재난 피해를 줄이는 데 번영과 기술이 기여한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9장은 경제적 자유의 인간적 의미를 복원한다. 시장 경험이 낯선 타인과의 신뢰·공정 규범을 키운다는 실험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자유가 넓어질수록 사람은 더 관대해지고, 덜 벌더라도 더 의미 있게 살 선택을 실천한다. 그는 선택권을 시민에게 돌려주는 제도를 제안한다.
저자는 과거 저작과 다큐, 신문 기고로 세계화 논쟁을 이끌어 왔다. 이번 책에서도 사례·통계·연구를 촘촘히 엮어 정책과 시장의 균형점을 묻는다. 그는 보수·진보의 진영 구도를 벗어나 더 많은 사람이 더 잘 살 경로를 제시하려 한다.
신간 '자본주의자 선언'은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경쟁과 선택의 장을 넓혀 혁신을 촉진한다. 둘째, 손실의 사회화를 줄이고 실패의 책임을 복원한다. 셋째, 성장의 성과를 환경·안전망에 재투자해 지속 가능성을 높인다.
저자는 경제보다 자유를 먼저 두자고 제안한다. 자유가 있어야 각자가 삶의 의미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자본주의자 선언/ 요한 노르베리 지음/ 김종현 옮김/ 유노북스/ 2만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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