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정규시즌 막판 김하성(30)이 템파베이 레이스에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로 전격 이적한 배경엔 그의 높은 연봉이 크게 작용했다. '스몰 마켓' 탬파베이는 김하성의 몸값을 부담스러워했고, 반면 재정적 여유가 많은 애틀랜타는 김하성의 영입으로 내년 시즌을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은 2일(이하 한국시간) "탬파베이가 김하성을 웨이버 공시했고, 애틀랜타가 김하성을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김하성은 빅리그 세 번째 소속팀을 맞이하게 됐다. 그는 2021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빅리그 생활을 시작했고 올 시즌을 앞두고 탬파베이와 1+1년 2900만 달러에 계약했다.
탬파베이에서의 시간은 길지 않았다. 올 시즌 개막을 기준으로 반년이 채 되지 않았고, 김하성이 부상을 회복하고 빅리그 경기에 나선 7월 기준으로는 단 2개월이 지난 상황에서 이적이 결정됐다.
탬파베이의 팀 사정상 김하성의 연봉을 끌어안기엔 부담스러웠다.
탬파베이는 지난해 10월 허리케인 피해로 홈구장인 트로피카나 필드가 손상됐다. 이로 인해 올 시즌 마이너리그 구장인 조지 스타인브레너 필드에서 홈 경기를 치르고 있는데, 예상 못한 비용 증가와 수익 감소로 이어지면서 구단 재정에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2026년을 목표로 복구 작업 중이지만 전망이 불투명하다. 게다가 구단 매각도 진행 중이라 새 구단주가 구단 운영 예산을 어느 정도 배정할지도 불확실하다.
탬파베이는 메이저리그의 대표적인 '스몰 마켓' 구단이기도 하다. 김하성의 올 시즌 연봉인 1300만 달러는 메이저리그 전체로 보면 그리 높은 편이 아니지만, 탬파베이에선 팀 내 최고 연봉이었다.
여기에 내년 연봉 1600만 달러가 남아있는데, 올 시즌 부상 결장이 많았던 김하성은 옵트 아웃(opt out·계약 파기)없이 이 연봉을 수령할 가능성이 높았다.
탬파베이로선 하루빨리 김하성과의 동행을 종료하는 것이 팀 재정에 숨통을 틔울 수 있는 길이었다.
MLB트레이드루머스는 "탬파베이는 애초 김하성이 내년 시즌 FA 선언을 염두에 두고 퀄리파잉 오퍼(FA 보장제도)를 통해 신인 드래프트 지명권을 받는 계획이었다"면서 "하지만 김하성이 7월에야 부상에서 복귀했고 이후 또다시 부상을 당하면서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반면 애틀랜타는 탬파베이와 정반대의 입장이다. 전통적으로 지출이 많은 구단으로, 팀 전력 강화를 위해서라면 아낌없이 베팅하는 구단 중 하나다.
애틀랜타는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2021년엔 월드시리즈 우승도 차지했다.
하지만 올 시즌엔 승률 5할을 밑돌면서 '가을야구'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주전 선수들의 줄부상에 이를 대체할 선수들이 부진에 빠진 탓이 컸다.
특히 내야 쪽의 공격력 약화가 뼈아프다. 올 시즌을 앞두고 영입한 주전 유격수 닉 앨런은 수비는 준수하지만, 공격에선 0.222의 타율에 OPS(출루율+장타율)이 0.534에 불과하다.
통산 세 차례 올스타와 실버슬러거 2회에 선정된 2루수 아지 알비스도 0.236의 타율에 OPS 0.658에 그치는 등 데뷔 이후 최악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7월 손목 부상의 여파가 길게 이어지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애틀랜타는 미리 다음 시즌을 대비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엔 제이크 프랠리를 신시내티 레즈에서 '웨이버 영입'했고, 트레이드 마감일을 앞두곤 투수 타일러 킨리도 데려왔다.
김하성의 경우 프랠리, 킨리보다 훨씬 몸값이 비싸고 부상 이슈도 있지만, 애틀랜타는 과감한 승부수를 던졌다.
올 시즌 잔여 연봉 200만 달러와 내년 시즌 연봉 1600만 달러를 지불하는 '모험수'를 감당하겠다는 의지다.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는 편이기에 이 영입이 실패로 돌아가도 큰 타격은 아니다.
애틀랜타엔 오스틴 라일리, 맷 올슨, 크리스 세일(이상 2200만 달러)을 비롯해 올 시즌 연봉이 1000만 달러가 넘는 선수만 이미 9명이 있다.
ESPN은 "애틀랜타는 내년 시즌 지구 우승을 노리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했다"면서 "불확실한 내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격수와 2루수를 맡을 수 있는 김하성을 영입했다"고 했다.
이어 "김하성은 샌디에이고 시절 최정상급 수비력을 보여준 내야수로, 3루수도 가능하기 때문에 많은 역할을 맡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하성은 3일 시카고 컵스와의 원정 경기부터 애틀랜타 소속으로 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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