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성령(국립아시아문화전당재단 제공)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경이롭고, 숭고하고, 멋있는 분."


연극 '로제타'로 6년 만에 무대에 오른 배우 김성령(58)은 주인공 로제타를 어떻게 바라보느냐는 질문에 세 가지 형용사로 답했다. 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옐로밤 사무실에서 열린 라운드 인터뷰에서다.

'로제타'는 한국 근대 의료와 교육을 개척한 감리교 선교사 로제타 셔우드 홀(1865~1951)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스물다섯 살이던 1890년 미국에서 조선으로 건너온 그는 국적·언어·계층·성별의 장벽을 넘어, 의료와 교육의 사각지대에 놓인 여성들을 위해 헌신했다.

작품은 1894년 국내 최초의 맹아학교 '평양여맹학교'와 여성 진료소 '광혜여원'을 설립하는 등 한국 근대사에 뜻깊은 발자취를 남긴 로제타의 일기장을 따라간다. 특히 성별과 인종이 다른 8명의 배우가 돌아가며 로제타의 다양한 모습을 연기하는 독특한 형식이 눈길을 끈다.


김성령은 "극 중 내레이션에 '로제타가 자신의 희생으로 넘어진 이들을 일으켜 세웠다'는 대목이 있다"며 "자녀를 키우며 스스로를 희생해 가족을 지탱하는 엄마들도 그렇고, 우리는 모두 삶에서 일정 부분 '로제타'가 아닐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저 역시 이 작품을 통해 위안받았다, 관객분들도 '나도 로제타다'라는 마음을 느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국립극단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재단이 공동 기획한 '로제타'는 지난달 31일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서울 공연을 마쳤다. 이어 오는 5~6일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관객과 만나며, 베세토 페스티벌 초청작으로 27~28일 일본 도리긴문화관에서도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