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국내에서 해외 사업자로 전송된 가상자산은 73조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52조원) 대비 40% 증가한 수치다.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이 급성장하는 흐름과 정반대로 업비트와 빗썸 등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들은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국내 거래소들의 성장세가 둔화하는 이유에 대해 '현물 매매 외 사업 영역 확장에 제약이 크다'는 점을 지적한다. 실제 바이낸스 등 글로벌 가상자산거래소들은 단순한 현물거래소를 넘어 종합 금융 및 블록체인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중이다.
반면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는 규제 공백 속에 여전히 가상자산 현물 중개 플랫폼에만 머물러 있다. 지난해 7월 본격 시행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은 가상자산 거래소의 예치 이자·대출 상품은 명확히 허용하지 않는다. 가상자산 거래소가 고객 자산을 운용하거나 자체 코인을 발행하는 것도 금지되며 코인 결제 서비스 확장도 막혀 있다. 과거 국내 휴대폰 결제 서비스 업체 다날의 자회사 페이프로토콜이 코인 결제를 추진했지만 FIU 신고에 실패하며 종료된 바 있다.
파생상품 역시 제약이 따른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19일 업비트와 빗썸의 선물·레버리지 서비스에 '가이드라인 마련 전까지 신규 영업을 중단하라'는 행정지도 공문을 발송한 바 있다.
━
글로벌 거래소, 규제 명확성 힘입어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진화━
바이낸스는 현재 단순한 거래소를 넘어 '저축→ 결제→ 투자→ 웹 3 생태계'까지 연결되는 종합 금융·블록체인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이용자는 USDT(테더) 등 스테이블코인을 바이낸스에 예치하는 것이 가능하다. USDT를 예치하면 연 4~11%의 이자를 받을 수 있으며 이 자산은 대출·유동성 공급에 활용된다.
또 바이낸스는 자체 블록체인 네트워크인 BNB 체인을 운영하며 ▲거래 수수료 할인 ▲가스비 결제 ▲IEO(거래소 주관 토큰 판매) 참여 등 다양한 영역에서 바이낸스 자체 토큰인 BNB를 활용할 수 있게 했다. 간편결제 서비스 '바이낸스 페이'를 통해 오프라인 결제와 P2P(개인 직접) 송금도 지원한다.
여기에 선물·옵션·스테이킹·자동투자 등 은행 수준의 자산관리 기능과 NFT(대체불가능토큰) 마켓플레이스, 가상자산 지갑까지 연계하며 사실상 '원스톱 금융 허브'로 도약했다.
이 같은 변화는 글로벌 주요국들이 가상자산 산업을 제도권으로 편입하며 규제 명확성을 확보한 것이 기반이 됐다는 평가다. 실제 미국은 코인베이스 등 가상자산거래소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거래위원회(CFTC) 감독 아래 두고 일정 범위의 파생상품과 커스터디 서비스를 합법화했다. 홍콩과 두바이도 별도의 규제 프레임워크를 마련해 글로벌 사업자들이 합법적으로 신사업을 출시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했다.
━
법적 공백 길어지는 한국… 제도 신속 정비해야 ━
업계에서는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가상자산 사업자들이 합법적으로 비즈니스 영역을 확장할 수있도록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의 급성장과 반대로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들은 여전히 10년 전에 머물러있다는 지적과 함께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플랫폼 이동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글로벌 디지털자산 관련 입법을 면밀하게 분석래 국내 디지털자산 관련 제도를 신속히 정비할 필요가 있다"며 " 국내 실정에 맞는 가상자산 제2단계 입법과 토큰증권 제도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자산규제의 명확성 확보는 이용자 보호의 사각지대를 없애고 디지털자산 혁신산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인다"며 "국내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책임 있는 혁신을 촉진하는 효과를 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이용자 보호를 명분으로 규제를 지나치게 좁히면 글로벌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며 "명확한 가이드라인이나 규제 샌드박스 등을 통해 사업자들이 합법적으로 혁신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했다.
<저작권자 © ‘재테크 경제주간지’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