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새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엘리트(ACLE)와 챔피언스리그2(ACL2)에 나서는 팀들이 아시아 무대에서의 존재감 보다 우선은 국내 리그에 더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사연이 있다. K리그의 막판 순위 싸움이 워낙 치열한 데다, 아시아 무대에서 붙을 팀들과 현실적으로 체급 차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4일 축구회관에서 2025-26 AFC 챔피언스리그 참가 K리그 4개 팀 미디어데이를 개최했다. 이날 미디어데이에는 ACLE에 나서는 울산HD의 신태용 감독과 김영권, 강원FC의 정경호 감독과 이유현, FC서울의 김기동 감독과 김진수, ACL2에 출전하는 포항 스틸러스의 박태하 감독과 김인성이 참가해 각오를 밝혔다.
2025-26 ACLE는 16일 강원의 상하이 선화(중국)전 홈 경기와 서울의 마치다 젤비아(일본) 원정으로, ACL2는 18일 포항의 빠툼 유나이티드(태국) 원정으로 각각 시작한다.
ACLE에 나서는 팀들은 내년 2월까지 리그스테이지를 8경기 치른 뒤 동아시아 12개 팀 중 8위 안에 들면 4월부터 서아시아 팀들과 합쳐 16강 토너먼트를 시작한다. 16강은 홈 앤드 어웨이로 치른 뒤, 8강부터는 한곳에 모여서 단판 승부로 우승팀까지 가린다. 지난해엔 K리그 팀 가운데 광주FC만 8강까지 올라갔던 바 있다.
ACL2는 32개 팀이 4개 팀씩 8개 조로 조별리그를 치러 각 조 1·2위 16개 팀이 2월부터 토너먼트에 돌입한다.
아시아 최고 축구팀이 될 수 있다는 명예가 걸린 대회지만, K리그 일정 사이사이에 일본·중국·호주·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카타르 등 강팀들과 경기해야 해 트로피까지 가는 길은 험난하다.
게다가 이번 시즌은 ACL에 나서는 K리그 팀들이 모두 리그에서 힘겨운 순위 싸움을 하고 있어, ACL에 힘을 쏟기가 쉽지만은 않다.
외국인 영입 제한이 적은 다른 아시아 팀들이 최근 공격적 투자로 체급을 불린 것도 고민을 더한다.
그래서 새 도전을 앞둔 K리그 4개 팀 감독은 '우승' 등의 거창한 포부 대신 '리그스테이지 통과' 등의 현실적이고 보수적 목표를 내걸었다.
구체적 목표 발표를 내년으로 보류한 신태용 울산 감독은 "가진 전력을 총동원해 맞짱(일대일 승부)을 떠도 쉽지 않은데, 로테이션으로 팀 이원화를 해서 나가면 (상대와 전력 차이가 커) 출전하는 의미가 없다. 그렇다고 경험만 쌓기에는 돈이 아깝다"며 "지금은 나가도 다 예선 탈락할 판이다. K리그가 아시아에서 1·2위를 다투는 리그라면, ACL에 나가서도 8강까지는 최소 도전할 수 있게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호르 다룰 탁짐은 말레이시아 팀이지만 용병이 11명이다. 사우디리그는 리그 선수 따로, ACL을 뛰는 선수 따로 둘 만큼 용병 숫자가 어마어마(최대 12명)하다"고 예를 든 뒤 "K리그도 외국인 쿼터 제한을 풀어야 한다"며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K리그는 외국인 선수를 6명 보유에 4명 출전으로 제한하고 있다.
같은 K리그 내에서 경쟁할 때는 그나마 같은 조건이지만, 아시아 무대로 나가면 선발 선수 대부분을 수준급 외국인들로 꾸린 팀들과 비교해 다소 불리한 건 사실이다.
지난 시즌 8강에서 호기롭게 도전장을 던졌던 시민구단 광주는 후벵 네베스, 알렉산더 미트로비치, 칼리두 쿨리발리 등 초호화 선수들로 구성된 알힐랄에 0-7 굴욕적 패배를 당했다.
현재 K리그 순위 싸움이 워낙 치열한 것도 ACL 출사표를 맥 빠지게 한다.
울산은 8위, 강원은 7위, 서울은 5위, 포항은 4위에 각각 자리하고 있는데 중위권 승점 간격이 촘촘해 몇 경기만 삐끗하면 금방 하위권으로 추락할 수 있다.
게다가 ACL 초반 일정이 시작되는 9~10월은 K리그에선 상하위 스플릿이 나뉘는 가장 중요한 시기다.
특히 울산은 강등권인 10위 수원FC와 불과 한 경기(승점 3) 밖에 차이 나지 않아, 주중 열리는 ACL에 전력을 다하기가 더 부담스럽다.
정경호 감독은 "스플릿 분리 전까지 치를 5경기가 아주 중요하다. 솔직히 말해 우선순위는 ACL이 아닌 K리그"라고 고백했다.
바뀐 제도 역시 K리그 팀에 다소 불리하다. 한 관계자는 "과거엔 K리그가 막 개막했을 때 ACL도 초반 일정을 소화했다. 하지만 AFC가 아시아대항전을 추춘제로 바꾸면서, K리그가 한창 마지막 순위 싸움을 할 때 ACL이 개막하게 됐다. 그래서 각 팀은 ACL에 신경 쓸 여력이 더욱 없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ACL을 완전히 포기하는 건 아니다. 부와 명예를 얻을 수 있는 중요한 대회라 동기부여도 크다.
울산 김영권은 "ACL의 중요성도 잘 알고 있다. 이런 무대에 뛴다는 건 선수에겐 특권이다. 그 특권을 쉽게 놓치지 않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했다. 김진수 역시 "모든 선수와 감독 모두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다. 잃는 것보다 얻는 게 더 많은 대회인 만큼 잘 치러서 좋은 결과를 내겠다"고 했다.
신태용 감독 역시 "현 K리그 순위가 너무 낮아 곤혹스럽지만, 우선 올해는 리그스테이지를 통과하고 겨울 동안 재정비를 해서, 내년 이어질 토너먼트에서는 또 다른 목표를 제시해 보겠다"며 훗날을 도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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