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 잠실 사옥. /사진=양진원 기자
삼성SDS가 올해 상반기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내부거래에 의존하는 구조적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등 디지털전환(DX) 성과가 미진했다는 시각이 많다. 계열사 매출이 탄탄한 만큼 신사업의 필요성이 타사와 비교해 낮아 체질개선은 한 발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SDS는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 7조17억원, 영업이익 4897억원을 기록, 전년보다 각각 5.8%, 11.6% 증가했다. 겉으로는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는 듯 보이지만 매출 구성을 들여다보면 우려가 크다. 전체 매출 가운데 삼성전자를 비롯한 특수관계자 매출이 5조6906억원에 달하면서 내부거래 비중이 81.2%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매출 13조8282억원 중 특수관계자 매출 11조1047억원(80.3%)과 비교해도 차이가 없다. 수년째 내부거래 비중이 80%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셈이다. 경쟁사인 LG CNS가 내부거래 비중을 60% 선에서 관리하며 대외 매출을 늘리고 있는 것과는 확연히 대비된다.

SI업계에서는 이러한 구조가 삼성SDS의 신사업 진출 지연과 직결돼 있다고 분석한다. 삼성SDS는 201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그룹 계열사 전산관리와 시스템통합(SI)에 집중해왔다. 2019년까지도 삼성 관계사 대상 클라우드 전환 작업에 주력했으며 외부 시장을 겨냥한 본격적인 클라우드 사업 확장은 2020년에야 시작됐다. 황성우 전 삼성SDS 대표 역시 2023년 공개 석상에서 "클라우드 전환이 늦었다"고 인정한 바 있다.

문제는 클라우드 산업 특성상 '선점 효과'가 중요하다는 점이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일찌감치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며 고객 생태계를 선점했다. 반면 삼성SDS는 그룹 의존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대응이 늦어 현재 클라우드 시장에서의 입지는 제한적이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클라우드 부문 매출은 1조3181억원((18.8%)으로 매출의 10%대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계열사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시각이 많다.


AI 사업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최근 생성형 AI 붐과 맞물려 국내외 IT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와 사업 전환에 나서고 있지만 삼성SDS는 지난해에야 클라우드 시스템에 생성형 AI 결합을 가속화하는 플랫폼 '패브릭스(FabriX)'와 지적 작업을 자동화하는 솔루션 '브리티 코파일럿(Brity Copilot)'를 내놓았고 매출 규모는 아직 미미하다.

LG CNS의 경우 2022년 언어 AI 랩 신설로 기존에 운영하던 비전 AI 랩, 데이터 AI 랩, AI 엔지니어링 랩과 함께 4대 AI 연구소(랩) 구축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AI 랩 경영에 나섰다. LG인공지능연구원의 뒷받침 아래 체계적인 전략 수립이 성과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2분기 전체 매출의 60%에 해당하는 8724억원을 인공지능과 클라우드로 달성했다.

경쟁사에 비해 움직임이 굼뜬 이유는 삼성전자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 삼성전자의 수주를 바탕으로 미래 먹거리를 굳이 서둘러 마련할 필요가 없었다는 분석이다. 올해 상반기에도 삼성전자에 의존한 매출은 1조3006억원을 기록해 내부거래의 22.85%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삼성SDS가 내부거래 고착화 문제를 해소하지 못한다면 장기적으로 성장이 정체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IT 서비스 산업은 빠른 혁신과 과감한 투자가 필수적인데 삼성SDS는 계열사 수요에 안주하면서 중요한 기회를 놓쳤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