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현 하나자산운용 ETF 본부장은 지난 4일 머니S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스마트 인베스터들의 등장'을 핵심 키워드로 꼽으며 최근 달라진 ETF 시장을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참여자들의 무대"라고 정의했다. 어느덧 230조원을 넘긴 국내 ETF(상장지수펀드) 시장은 단순한 상품 확대를 넘어 투자자들의 인식 변화와 함께 진화하고 있다는 것.
이 같은 변화는 운용사에도 적지 않은 자극이 되고 있다고 한다. 김 본부장은 "투자자들이 점점 똑똑해질수록 운용사 역시 더 고민하게 된다"고 했다.
하나자산운용이 내세우는 ETF 운용 철학은 '신뢰·차별화·연금'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압축된다. 김 본부장은 "단기 성과나 유행에 따라가기보다는 정확한 정보 제공과 철저한 리스크 관리, 그리고 장기 성장성에 집중하고 있다"며 "특히 연금 투자 등 장기·분산투자 문화 정착에 기여하는 상품을 공급하는 것이 하나자산운용의 핵심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우리는 후발주자지만 오히려 흰 도화지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다른 운용사와는 완전히 다른 시선으로 접근할 수 있다"며 "주당 가격을 가장 낮게 유지하고 보수 역시 최저 수준으로 가져가며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선택지를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들의 위치를 "슈퍼 유전자를 다 물려받은 막내"라고 표현했다. 기존 강점을 학습하면서도 새로운 전략으로 차별화를 시도하겠다는 의미다.
국내 ETF 제도에 대해 그는 "액티브 ETF 규제가 다소 완화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한국은 액티브 ETF가 기초자산과 70%의 상관계수를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미국과 같은 적극적인 운용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세제 측면에서도 국내 상장 해외형 ETF가 역외 ETF보다 불리하다는 점을 개선 과제로 꼽았다.
투자자 보호 기조에 대해서는 "ETF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과정에서 당국의 규제가 필요하다"며 "전방위적 투자자 보호는 장기적으로 ETF 시장 성장을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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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산 투자가 답… 그 속 메디컬 AI·중국 샤오미 '주목'━
장기 투자자라면 미국 대표 지수를 코어 자산으로 가져가되, 중국 제조업·메디컬 AI 등 성장성이 높은 테마에 일부 비중을 두는 전략을 추천했다. 시장 불확실성이 클 때는 머니마켓펀드(MMF)나 중장기 회사채 ETF 등 파킹형 상품을 활용해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향후 주목할 ETF 테마로는 '미국 메디컬 AI(인공지능)'와 '중국 제조업(샤오미 중심)'을 꼽았다. 그는 "미국 정부가 내년 초부터 정밀 의료 진단에 AI를 본격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며 "실생활에 AI가 도입되는 순간 폭발적인 성장이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것이 의료 AI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7월 하나운용은 '1Q 미국메디컬AI'를 상장해 개인과 연금 투자자의 순매수에 힘입어 상장 후 11영업일 만에 순자산 200억원을 돌파한 바 있다.
중국 제조업에서는 샤오미를 핵심 기업으로 지목했다. "샤오미는 중국 내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갖춘 유일한 기업"이라며 "글로벌 매출 비중이 높아 내수와 수출 양쪽에서 수혜가 예상된다. 홍콩 증시에 상장돼 있어 정부 규제 리스크도 상대적으로 낮다"고 평가했다. 하나운용은 지난달 '1Q 샤오미밸류체인액티브' ETF를 상장했다.
최근 관심이 뜨거운 가상자산 ETF에 대해서도 준비하고 있음을 밝혔다. 김 본부장은 "하나금융그룹 차원에서 스테이블 코인과 크립토에 대한 관심이 높다"며 "그룹 시너지를 활용해 가상자산 ETF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종합적으로 준비해보겠다"고 말했다.
앞으로 5년 ETF 시장 전망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스마트 투자자가 계속 늘어나면서 상품 자체의 경쟁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며 "하나자산운용은 차별화된 상품을 제공하는 동시에 투자자 콘텐츠와 객관적 정보로 투자자의 궁금증을 해소하며 시장에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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