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리가 지난 4일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에 '컬리N마트'를 공식 오픈하며 자체 앱이 아닌 외부 플랫폼에 처음으로 진출했다. 9일 네이버스퀘어 종로에서 '네이버 커머스 밋업'에서 발표하고 있는 김슬아 컬리 대표. /사진=네이버
'만년 적자' 꼬리표를 떼고 흑자 전환에 성공한 컬리가 네이버와 손잡고 외부 플랫폼에 처음으로 진출했다. 이는 단순한 채널 확대를 넘어, 대규모로 투자해 온 물류 인프라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승부수로 풀이된다. 네이버의 고객과 판매자를 동시에 확보함으로써 상품 거래량은 물론, 물류 사업의 외형 성장을 가속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컬리가 지난 4일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에 '컬리N마트'를 공식 오픈하며 자체 앱이 아닌 외부 플랫폼에 처음으로 진출했다. 국내 최대 포털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4000만명에 달하는 네이버 이용자를 신규 고객으로 유치할 수 있게 됐다. 기존 상품 판매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제3자 물류(3PL) 및 풀필먼트 서비스(FBK)를 강화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도 확보했다. 업계는 이번 협력이 양사의 수익성 개선과 시장 지배력 확대에 기폭제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번 협력의 핵심은 '물류 시너지'다. 컬리의 물류 자회사인 컬리넥스트마일은 네이버 풀필먼트 얼라이언스(NFA)에 합류해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입점 판매자들에게도 샛별배송 및 냉장·냉동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하게 됐다.

김슬아 컬리 대표는 지난 9일 네이버스퀘어 종로에서 열린 '네이버 커머스 밋업'에서 "배송 인프라가 전혀 없는 소상공인 셀러도 컬리와 동일한 품질의 풀콜드체인 배송을 보장받을 수 있다"며 "물류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 양사의 매출 증대, 재무적인 개선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류'가 이끈 흑자 전환… 네이버로 성장 가속페달
컬리 평택 물류센터. /사진=컬리
그동안 컬리는 물류 인프라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왔다. 2023년 평택 물류센터에만 725억원을 투자했으며 이를 통해 물류·포장비를 160억원 절감하는 등의 효율성 개선 성과를 냈다. FBK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난달에는 경기도 안산에 '3PL 저온센터'를 신규 구축하기도 했다. 다만 대규모 투자 대비 물동량이 아쉽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제휴로 네이버의 방대한 판매자들을 고객으로 확보하면서 물류센터 가동률을 높이고 운영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게 됐다.

컬리의 매출 구조는 상품 판매에 집중되어 있어 수익성 다각화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전체 매출에서 상품 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99.8% ▲2023년 99.3% ▲2024년 98.6% ▲2025년 상반기 98.2%다. 여전히 높은 수치지만 점진적으로 비중을 줄여나가며 체질 개선을 시도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는 상품군을 기존 식품 중심에서 생활용품, 뷰티 등으로 확대한 것과 함께 신규 수익원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의 결과다. 핵심은 3PL로 대표되는 물류 사업이다. 판매자 배송 대행 등이 포함된 기타 부문 매출 비중은 2022년 0.7%에서 올해 상반기 1.8%로 상승했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컬리의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은 1조159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6%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31억원으로 전년 동기 115억원의 손실에서 흑자전환했다.

실적 개선은 물류 사업을 포함한 신사업 부문이 주도했다. 올해 상반기 3PL 사업 관련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59.4% 증가했다. 지난해 샛별배송 권역을 확대한 것 역시 신규 고객 유입을 늘리며 실적에 기여한 요인으로 꼽힌다. 물류 사업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으면서, 2022년 1765억원이었던 기타 부문 매출은 올해 23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컬리 관계자는 "그동안 다양한 업체와 협업했지만 외부 플랫폼에서 컬리의 제품을 판매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4000만 고객을 품은 네이버를 통해 소비자 확대는 물론 물류 효율 상승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