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조사처는 11일 '2025 국정감사 이슈 분석: 정부가 답해야 할 국민의 질문'을 발간하고 약 100명의 조사관이 3개월 동안 작업한 300가지 이슈를 공개했다. 이번 보고서는 19개 상임위원회와 특별위원회에서 다뤄야 할 경제·산업·사회·문화·정치·행정 6개 분야의 주요 정책 현안을 집대성했다.
특히 300여개의 이슈 중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점검해야 할 4대 핵심 정책 현안을 선별했다. 우선 정치·행정 분야에서는 한미 조선협력과 유지·보수·정비(MRO)가 1순위로 꼽혔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월 상·하원 연설에서 조선업 재건을 천명하고 '미국의 해양 지배력 회복' 행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현재 미국은 조선업 재건을 위해 동맹국과 협력을 추진 중이며 이를 뒷받침하는 법안들도 의회에 발의됐다.
국내 기업 중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미국 해군보급체계사령부와 함정정비협약(MSRA)을 체결해 MRO 사업에 참여할 자격을 확보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뒤 미국 함정 MRO 사업 진출 기반을 마련했다. 다만 사업 추진에는 미국 정부 차원의 의사결정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입법조사처는 최근 조지아주 한국 기업 구금 사태 등 돌발 변수가 경제협력에 미칠 영향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제·산업 분야 핵심 이슈로는 '도심지 지반침하 대책의 실효성'이 선정됐다. 최근 싱크홀 사고가 잇따르며 시민 안전이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차량 추락 사고가 발생해 2명이 중상을 입었고 올해 3월 강동구 명일동에서는 깊이 18m의 대형 지반침하로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국토교통부는 사고 발생 때마다 대책을 내놨지만 최근 10년동안 전국에서 2100여건의 지반침하가 보고되는 등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특히 올해 3월 기준 '지반침하 중점관리대상시설'은 전국에 단 5곳뿐으로 주무부처의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사회·문화 분야에서는 지난 4월 발생한 SK텔레콤 해킹 사건이 주요 이슈로 꼽혔다. 당시 음성통화 인증 서버에서 유심(USIM) 관련 9.82GB의 데이터가 유출됐고 국제이동가입자식별번호(IMSI) 기준으로 2696만건에 달하는 대규모 피해가 발생했다.
다만 SKT는 침해사고를 제때 신고하지 않았고 자료 보전 명령도 위반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또한 늦장 대응과 소극적인 후속 조치로 이용자 불안을 키웠다는 비판을 받았다. 입법조사처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통신망 보안 위협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적절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핵심 이슈는 올해 3월 전면 시행된 고교학점제다. 학생이 진로에 따라 과목을 선택해 누적 학점을 채우면 졸업할 수 있는 제도로 대학식 수업 방식에 가깝다. 하지만 제도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교원 확충과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지난해 경기도에서 고교학점제를 경험한 교사 1023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99%가 업무량이 늘었다고 답했고 93%는 주어진 시간 안에 업무를 마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입법조사처는 교사의 업무 과중과 제도 미비가 학생과 학부모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며 보완책 마련을 주문했다.
입법조사처는 이번 보고서의 특징으로 ▲이슈 수를 절반으로 줄여 질적 심화 ▲'질문 예시' 형식 첫 도입 ▲국회 요구 자료·검토 항목 추가 ▲51개의 '결정적 질문' 선정 등을 꼽았다.
이관후 처장은 간담회에서 "뻔한 분석 틀을 벗어나 국회가 '좋은 질문자'로서 본연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했다"며 "앞으로도 국민의 편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혁신을 두려워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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