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 전 대표는 지난 1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하이브 간 계약 해지 확인 및 풋옵션(미리 정한 가격으로 일정 시점에 주식을 매매할 수 있는 권리) 청구소송 변론기일에 직접 출석했다. 오랜만에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낸 민 전 대표는 이날 법정에서 하이브 측 증인인 정진수 CLO(최고법률책임자)와 대질 신문까지 진행했다.
주주 간 계약 중 민 전 대표가 '노예계약'이라고 주장하는 겸업 금지조항, 하이브 '음반 밀어내기' 의혹, '아일릿의 뉴진스 카피' 의혹 등이 쟁점이었다. 양측은 재판 내내 팽팽하게 맞섰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의 주주 간 계약에 따르면 법원이 민 전 대표의 손을 들어준다면 풋옵션을 행사해 하이브로부터 어도어 직전 2개 연도 평균 영업 이익에 13배를 곱한 값에서 자신이 보유한 어도어 지분율의 75%에 해당하는 금액을 받을 수 있다. 산정 기준 연도인 2022년과 2023년을 통해 추산하면 260억원에 이른다. 반면 하이브는 풋옵션의 근거인 주주 간 계약이 민 전 대표의 행동으로 인해 신뢰가 훼손돼 이미 해지됐다는 입장이다.
재판 출석과 맞물려 민 전 대표의 인터뷰도 눈길을 끌었다. 그는 최근 언론을 통해 방시혁 의장으로부터 2019년 1월 방 의장을 직접 만났을 당시 빅히트 뮤직(하이브 전신)의 상장 계획이 없다며 '주식보다 현금이 나으니 일회성 인센티브로 대체하자'는 제안을 받았다고 전했다. 민 전 대표의 증언은 하이브의 설명과는 상반되는 대목이다.
방 의장은 과거 하이브의 상장 계획이 없다고 투자자들을 속여 지분을 가로챈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로 사정당국의 집중 수사선상에 올라있다. 지난 15일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에서 14시간에 걸친 고강도 조사를 받기도 했다. 민 전 대표는 뉴진스와의 전속계약 갈등 국면에서 방 의장을 비판하기도 했지만 해당 이슈에서 방 의장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라 주목받는다.
뉴진스가 어도어와의 전속계약 분쟁 이슈에서 밀리는 듯했지만 민 전 대표가 다시 목소리를 높이자 갈등 구도는 지배구조와 리더십 논란으로 확장되는 모양새다. 상장 과정에서의 발언 진위 공방은 하이브 경영 투명성에 대한 투자자와 대중의 신뢰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감하다는 시각이 많다. 하이브로선 법적 대응과 여론 관리라는 이중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하이브는 최근 김진영 전 KB국민은행 부행장을 CPRO(기업홍보총괄)로 전격 영입하면서 관련 대응에 힘을 쏟고 있는데 민희진 전 대표가 구체적 인터뷰를 통해 방시혁 의장을 겨냥한 만큼 이번 사안은 더 이상 개인적 불화로 치부하기 어렵게 됐다는 평가다. 금융권 네트워크가 탄탄한 김 전 부행장을 내세워 방시혁 의장 리스크를 극복하고자 했지만 민 전 대표의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긴장감이 고조된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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