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코스피 상승세는 정부 증시 부양책에 대한 실망감이 기대감으로 원상복구 된 것에 불과합니다. 지금 상황에서 현재 코스피 레벨에 안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만난 모 증권사 리서치 센터장의 한마디는 큰 충격이었다. 최근 국내 증시가 역사상 최고가를 잇달아 돌파하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갔지만 이런 분위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에 대한 우려부터 꺼냈기 때문이다.


코스피는 정부가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으로 현행 유지한 것이 촉매제가 되며 지난 16일까지 11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왔다. 날마다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우던 코스피지만 지난 17일 돌연 하락 전환했다. 업계는 이런 조정세가 예견됐다는 분위기인데 최근 국내 주식시장의 상승세가 기대감으로 부양된 영향이 적지 않다고 본 것.

지난 7월 말 발표된 세제개편안은 내년 1월1일 이후 개시하는 사업 연도부터 적용 예정으로 현재 시행규칙과 시행령 등 후속 개정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국회와 정부는 자사주 의무 소각, 법인세율 인상, 종부세·상속세 완화,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주요 쟁점을 두고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세제개편안이 아직 껍데기만 마련됐을 뿐 핵심 사항들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음을 방증한다. 정부와 국회는 아직 뚜렷한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시장 눈치를 보며 논쟁만 반복하는데 이런 정책 불확실성은 향후 변수로 작용하며 주가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게 업계 우려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산적한 상황에서 뚜렷한 실체 없이 기대감만으로 버티는 장세는 오래 지속될 수 없다. 정부는 정책에 대한 기대만 부풀리는 데서 멈추지 말고 실행으로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한국 증시를 부양하고 코리아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이다. 궁극적으로 증시 체력은 기업이 키운다. 글로벌 무대에서 산업 경쟁력을 입증하고 실제 이익을 통해 가능성을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

다가올 올해 3분기 기업들의 실적 시즌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지금의 증시 상황이 거품일지, 또는 도약을 위한 발판일지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올해 3분기 코스피 상장사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67조719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7월 전망치 대비 1.9% 하락한 수치다.

지난 2분기 발표된 기업들의 실적이 예상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에 3분기 실적 추정치 역시 하향 조정됐다. 3분기 국내 상장 기업들의 실적이 기대를 밑돌 경우 시장 충격이 불가피하다.

산업 경쟁력을 기반으로 한 실적이 담보되지 않는 한 현재 증시 고점은 쉽게 흔들릴 수 있다. 기업들의 성적표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그간 쌓인 거품은 더 강한 충격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거품이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는 증시 활성화 방안에 관한 논의를 조속히 매듭짓고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뒷받침할 입법·제도 개선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기업의 체력이 곧 시장의 체력이고 나아가 경제의 기반이 된다.

국내 투자자는 물론 외국인·기관투자자 관점에서도 한국 자본시장이 지속 가능한 매력을 확보하도록 일관된 정책과 실행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예측 가능성은 투자의 밑거름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염윤경 증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