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와 알리바바의 합작법인 설립으로 노브랜드, 피코크 등 이마트의 PB(자체 브랜드) 상품이 미국 등 해외로 수출하는 기회가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병건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거래결합심사 국장이 1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업집단 신세계와 알리바바 그룹이 합작회사를 설립해 지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를 공동으로 지배하는 기업결합 심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1 김기남 기자
신세계와 알리바바의 합작법인(JV) '그랜드오푸스홀딩'이 공정거래위원회 심사 문턱을 넘으면서 국내 온라인 해외직구 시장점유율 41%에 달하는 대형 사업자가 탄생한다. 국내 판매자들의 해외 수출 판로가 확대되면서 노브랜드, 피코크 등 이마트의 PB(자체 브랜드) 상품이 미국 등 해외로 수출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정위는 18일 신세계와 알리바바그룹이 JV를 설립해 지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를 공동으로 지배하는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했다. 지난 1월 지마켓 지분을 100% 보유한 이마트 계열사 아폴로코리아가 그랜드오푸스홀딩 주식 50%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을 신고한 지 8개월 만이다.


공정위는 이번 기업결합이 국내 온라인 해외직구 시장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소비자 정보 공유 금지 등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현재 국내 온라인 해외직구 시장에서 알리익스프레스는 시장점유율 37.1%의 1위 사업자고 지마켓은 3.9%로 4위다. 기업결합 이후 합작회사의 합산 시장점유율은 41%로, 1위 지위가 더욱 공고해진다. 양사가 보유한 데이커가 결합될 경우 시장지배력을 더욱 키울 수 있다고 봤다.

신세계와 알리바바는 JV의 지분을 50대 50으로 보유하게 된다. 이마트는 보유하고 있는 지마켓 지분을 모두 현물출자하고 알리바바는 알리익스프레스 지분 및 현금 약 3000억원을 출자했다. 지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 모두 3조원대의 가치를 인정받으면서 JV의 기업가치는 6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양사의 JV 설립이 각자의 약점을 보완하는 '윈윈' 전략이라고 평가한다. 지마켓은 알리익스프레스의 물류·데이터 기술을 기반으로 경쟁력을 회복해 수익성을 높이고 알리익스프레스는 한국 진출 후 불거지고 있는 품질 논란과 규제 리스크를 극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마켓은 2003년 국내 1세대 온라인 쇼핑몰로 출범했다. 이후 2021년 신세계그룹이 3조4000억원에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며 이마트 계열사로 편입됐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 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성이 급격하게 악화됐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누적 영업손실은 1649억원으로 올해 상반기(298억원)까지의 적자를 더하면 규모는 2000억원에 달한다.


2018년 한국에 진출한 알리익스프레스는 초저가 전략을 통한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인지도를 키워왔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가품 유통·유해물질 검출 등 지속적인 논란을 겪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알리의 자금력과 지마켓의 기존 고객·판매자의 결합은 국내외적으로 큰 폭발력을 가진다"며 "저가 상품들이 지마켓 기존 소비자들에게 광범위하게 전파되니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이고 알리익스프레스도 지마켓 브랜드로 인식되면 저품질 이슈를 커버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양사의 결합은 이마트의 실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지마켓은 올해 2분기 29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다른 이마트 계열사들에 비해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 합작법인 설립이 완료되면 지마켓의 적자가 연결 실적에서 제외되고 지분법 이익이 반영돼 손익구조가 개선된다.

국내 판매자들의 해외 진출 기회가 늘어나면서 전반적인 수출 판로가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도 커졌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지난해 기준 164개국에서 서비스를 운영하며 글로벌 판매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 이를 활용해 신세계그룹의 PB상품인 노브랜드와 피코크를 미국 등 해외로 수출하는 기회가 열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최근 미국이 800달러 이하 소액 소포에 적용했던 관세 면제를 폐지했다는 점은 걸림돌로 지목된다.

기업결합 승인 직후 신세계는 "한국 셀러들의 글로벌 진출을 적극 지원해 우수한 '한국 상품'의 해외 판매를 늘리겠다"며 "양사 협업을 통해 고객에게는 상품 선택의 폭을 크게 늘려주고 첨단화된 쇼핑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공정위도 "기업결합을 통해 국내 판매자들이 알리익스프레스와 같은 글로벌 쇼핑 플랫폼을 이용해 손쉽게 해외 판로를 개척하게 되면서 역직구 시장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