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는 지난해 법인세율을 연간 매출 7억5000만유로(약 10억달러) 이상의 다국적 기업에 기존 12.5%에서 15%로 상향 조정했지만 시장의 우려와 달리 외국인 직접투자(FDI) 흐름은 위축되지 않았다. 사진은 인터뷰를 진행 중인 데릭 핏제럴드(Derek Fitzgerald) 아일랜드 투자개발청(IDA) 한국·일본 지사장의 모습. /사진=임한별 기자
지난 23일 서울 송파구 소재 소피텔 앰배서더 호텔에서 한국을 찾은 데릭 핏제럴드(Derek Fitzgerald) 아일랜드 투자개발청(IDA) 한국·일본 지사장, 세이머스 캐럴(Seamus Carroll) IDA 반도체 기술 부사장, 휴 스미디(Hugh Smiddy) 틴달 국립연구소(반도체·광전자 분야 선도 연구기관) 사업개발총괄과 만나 한국과 아일랜드 반도체 산업 교류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이들은 아일랜드 정부가 다국적 기업을 어떻게 유치하고 특히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산업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지에 대해 견해를 밝혔다. 아일랜드에는 현재 국제 금융, 기술, 제약, 의료기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1800개가 넘는 다국적 기업이 진출해 있다.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아일랜드의 법인세 문제에 대해 핏제럴드 지사장이 입을 열었다. 아일랜드는 지난해 법인세율을 연간 매출 7억5000만유로(약 10억달러) 이상의 다국적 기업에 기존 12.5%에서 15%로 상향했는데 시장 우려와 달리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위축되지 않았다고 했다.

핏제럴드 지사장은 "지난 7월 IDA CEO가 중간 실적을 발표했는데 상반기에도 IDA는 고품질·고부가가치 외국인 직접투자를 유치하는 데 있어 좋은 성과를 거뒀다"며 "현재까지 외국인 직접투자가 위축되는 조짐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같은 배경에는 아일랜드 정부의 일관된 투자 친화 정책과 기업에 대한 투명한 지원 원칙 등이 자리한다. 그는 "아일랜드는 매우 투명한 국가"라면서 "한국이든 미국 기업이든, 의료기기든 반도체 기업이든 관계없이 동일한 지원과 혜택을 지속적으로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아일랜드 정부의 강력한 연구개발(R&D) 지원 정책도 IDA가 강조하는 핵심 포인트다. 핏제럴드 지사장은 "재정적 지원 차원에서 기업의 연구개발 활동과 관련해 두 가지 주요 지원 제도가 있다"며 "첫째는 IDA 보조금으로 기업에 현금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이고, 둘째는 R&D 세액공제 제도"라고 했다.
휴 스미디 틴달 연구소 사업개발총괄은 투자 기업들이 왜 아일랜드를 선택하는지에 대해 '확실성'이라는 키워드를 꺼냈다. 사진은 인터뷰를 진행 중인 세이머스 캐럴(Seamus Carroll) IDA 반도체 기술 부사장, 휴 스미디(Hugh Smiddy) 틴달 국립연구소 사업개발총괄의 모습. /사진=임한별 기자
휴 스미디 틴달 연구소 사업개발총괄은 글로벌 기업들이 아일랜드를 선택하는 이유로 '확실성'을 꼽았다. 지정학적 안정성과 규제 환경의 예측 가능성이야말로 기업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스미디 총괄은 "지금 내린 투자 결정이 3~4년 뒤에야 시설로 완공되고 이후 20년 이상 운영되기 때문에 확실성이 필요한데 아일랜드는 이를 보장한다"고 했다.

아일랜드는 한국 기업 유치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이 최근 유럽연합(EU) 연구개발 프로그램 '호라이즌 유럽'(Horizon Europe) 준회원국 지위를 확보한 것이 계기가 됐다. 반도체·테크 산업 분야에서 한국과의 시너지를 자신하고 있다. 현재 아일랜드에는 소재·소자 제조, 장비 생산, 첨단 연구개발(R&D) 등 반도체 가치사슬 전반에 걸쳐 세계 30대 반도체 기업 중 15개사를 포함해 130개 넘는 기업이 활동하고 있다.

아일랜드가 지난 수십년 동안 반도체 강국으로 자리 잡은 것은 단순한 운이 아니라 체계적인 인재와 산업 육성에 비결이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인터뷰를 진행 중인 세이머스 캐럴 부사장으 모습. /사진=임한별 기자
세이머스 캐럴 부사장은 아일랜드가 지난 수십년 동안 반도체 강국으로 자리 잡은 것은 체계적인 인재와 산업 육성에 비결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아일랜드 반도체 분야에는 약 2만명이 종사하고 있다. 이들은 경영진부터 현장 운영자, 다년간의 설계 경험을 지닌 엔지니어까지 매우 숙련된 인력 풀을 형성하고 있다"며 "아일랜드는 젊은 인구에서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전공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로 대학에서 배출되는 인재와 경험 많은 엔지니어들이 동시에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일랜드는 해외 인재 유입에도 개방적이다. 적극적인 비자 제도가 마련돼 있어 외국 인력이 쉽게 일할 수 있고 대학과 산업 현장에서 동시에 인재를 키워내는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있다"며 "앞으로 어떤 기술 인력이 얼마나 필요할지, 대학에서 배출되는 인력이 어느 정도일지, 추가적인 교육이 어디서 필요한지 분석하는 '예측적 기술 수요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글로벌 비즈니스를 이해하고 국제적인 시각을 가진 숙련된 인재들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 기업이 유럽 내 거점을 찾는다면 아일랜드가 적격이란 설명이다.

캐럴 부사장은 "총 45개 기업 등 현지 산업계와의 협의를 통해 국가 반도체 전략을 마련했다"며 "이 전략의 일환으로 국가 반도체 역량센터도 설립중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