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아파트 매매계약 취소 건수가 급증한 가운데 고가 단지 내 최고가 거래 계약이 다수 해제된 것으로 드러나 '집값 띄우기' 의혹이 일고 있다. 사진은 남산서울타워에서 본 성동·송파구 일대 아파트. /사진=뉴스1
수도권 일대에 아파트 신고가 거래가 속출하며 '집값 띄우기 거래'가 의심된다. 올 들어 계약 취소 건수가 급증해 이 같은 의혹에 무게가 실린다. 일각에서 전자계약 증가에 따른 취소 영향으로 해석도 하지만 고가 아파트의 최고가 거래가 반복해서 해제됨에 따라 당국의 감독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26일 국토교통부가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8월까지 아파트 계약 해제 건수는 2만3452건 발생했다. 이는 연간 기준 역대 최대 규모가 전망되는 수준이다. 지역별로 경기(6730건) 서울(4743건) 인천(1278건) 등 집값 상승을 견인하는 수도권에서 거래 취소 현상이 두드러졌다.


특히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거래 취소가 잇따랐다. 한국도시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올 상반기 취소된 서울 아파트 거래 3건 중 1건은 계약 당시 역대 최고가 거래로 나타났다. 전체 해제 건수 3930건 가운데 최고가 계약 해제가 1433건(36.5%)에 달했다. 지역별로 서초구(66.1%) 강남구(52.8%) 용산구(49.4%) 마포구(48.7%) 순으로 비중이 높았다.

신고가 거래는 해당 단지의 시세는 물론 주변 아파트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실제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11차 전용 183.4㎡는 지난 3월 90억원에 거래됐다가 7월 해제됐는데 약 4개월간 90억원을 초과하는 거래가 5건 추가 발생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서울숲아이파크리버포레 전용 59.9㎡도 지난 5월 22억7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갱신했으나 한 달 만인 6월 취소됐다.
국토부 "취소 사유 조사 착수"
최근 아파트 거래 해제가 급증한 현상에 대해 조작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서울 시내의 부동산 중개업소에 매물 정보가 게시된 모습으로 기사와는 무관. /사진=뉴시스
국토부와 서울시 등은 올해 거래량 자체가 증가했고 전자계약이 확산된 영향이라고 해석했다. 시에 따르면 지난 5~6월 강남구와 성동구에서 발생한 거래 취소 건수의 약 30%는 기존 종이계약을 전자계약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다만 '집값 띄우기 거래'의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보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전자계약 전환 사유를 제외하면 단순 계약정보 변경이나 오기·누락 정정 등 경미한 사유가 대부분이었다"면서도 "합의에 의한 해제가 약 7%를 차지했고 해제 사유를 경미한 변경으로 처리했으나 실제 재계약이 이뤄지지 않은 사례도 10%가량 있어 띄우기 거래 여부를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이달 초 해당 논란을 검증하기 위해 취소 사유와 재계약 여부를 전수 조사에 착수했다. 부동산 거래시장 감독 강화 방침을 밝힌 정부가 데이터 관리와 시장 교란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정재 의원실 관계자는 "높은 가격에 신고된 허위 거래는 주변 시세의 기준점이 돼 수요자가 더 높은 가격에 매수하도록 유인하는 효과를 일으킨다"며 "이는 단순한 사인 간의 계약 취소 문제가 아니라 실수요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도 "아파트 시장은 신고가 거래가 단 한 건만 발생해도 동일 단지 가격을 올리는 효과가 생기는데, 고가 아파트의 계약 해제가 잦은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국토부는 제도의 허점을 악용하는 비율을 5%로 추산하지만 개별 사례의 파급력이 지나치게 커 당국의 감독 기능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실거래 신고 단계에서 등기 의무화를 도입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