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유율 격차 속 네이버와 업비트의 연합에 맞서는 빗썸에 대해 챗GPT가 제작한 이미지/사진=챗GPT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2위 빗썸이 거대한 도전에 직면했다. 업계 1위 업비트의 운영사 두나무와 네이버파이낸셜의 지분교환 등 빅딜로 빗썸의 시장 점유율 확대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25일 네이버파이낸셜은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 지분 100%를 확보해 자회사로 편입하기로 했다. 이번 인수로 업비트는 네이버의 대규모 사용자 기반과 결합해 거래소를 넘어 생활 밀착형 금융 플랫폼으로 외연을 넓힐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업비트가 네이버와 연계해 결제·송금·쇼핑 연계 등 실사용 서비스를 확대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거래 수수료 중심의 기존 수익 구조를 가진 빗썸은 시장 점유율 경쟁에서 불리해졌다. 사용처가 확대되면 새로운 수익원이 창출되고 이용자 충성도도 강화되기 때문이다. 수수료 경쟁만으로는 장기 방어가 쉽지 않은 만큼 빗썸에 서비스 다각화나 전략적 제휴 같은 대응책이 요구된다.

빗썸 관계자는 "해외 투자와 웹3, 벤처 투자 등을 맡는 신설 법인 '빗썸에이'를 설립해 수익 모델 다변화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빗썸은 연초까지만 해도 20%대에 머물던 점유율을 공격적인 영업으로 이달 평균 30% 안팎까지 끌어올리며 양강 구도를 형성했다. 지난 9일에는 월드코인(WLD) 가격이 하루 만에 95% 급등하면서 거래량이 몰려 점유율이 44.6%까지 치솟기도 했다. 배경에는 파격적인 거래 수수료 무료 정책과 이미지 제고를 위한 막대한 마케팅이 있다. 빗썸은 올해 상반기에만 약 1346억 원을 마케팅에 투입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3292억 원, 영업이익은 901억 원이다.


빗썸은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금융당국과의 마찰도 감수해왔다. 지난달 19일 금융당국은 빗썸 등 가상자산 거래소에 가상자산 대여 서비스 신규 영업을 가이드라인 마련 전까지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 앞서 빗썸은 지난 7월 가상자산이나 원화를 담보로 최대 4배까지 가상자산을 대여할 수 있는 '랜딩플러스'를 출시한 바 있다.

호주 가상자산 거래소 스텔라와 진행한 오더북(호가창) 공유 논란도 겹치며 갈등은 격화되고 있다. 오더북 공유는 거래소 간 매수·매도 주문 정보를 실시간으로 연동해 거래를 체결하는 시스템이다. 유동성 부족을 보완하고 거래량과 시세 안정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다. 검증되지 않은 해외 거래소와 공유할 경우 국내 고객 정보가 외부로 유출될 위험이 있다.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은 빗썸이 스텔라와 시작한 오더북 공유와 관련해 이재원 빗썸 대표를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현행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에 따르면 오더북을 공유하려면 상대방이 국내외에서 정식 인허가를 받고 자금세탁방지(AML) 의무를 이행하는 사업자이거나 다른 가상자산사업자의 고객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지위를 갖고 있어야 한다. 빗썸 측은 금융당국과 협의해 오더북 공유를 진행했다고 밝혔지만 당국은 관련 절차 이행이 미흡했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빗썸은 네이버와 업비트 합작과 금융당국 갈등이라는 두 가지 압박에 직면했다. 향후 전략이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업비트가 네이버 생태계와 결합해 실사용 서비스를 확대할 경우 단순 거래소 경쟁만으로는 점유율 유지가 어려워 보인다. 거래소 간 단순한 경쟁을 넘어 빗썸의 혁신과 대응 여부가 향후 입지를 가를 변수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