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나노실리칸첨단소재는 지난 7월 말 이차전지 음극재 신사업의 파일럿 라인 구축을 위한 핵심 장비 셋업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양산은 이르면 올해 연말부터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오는 10월 중순 평택 본사에서 투자자·기관·언론을 대상으로 기업설명회도 개최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연구개발 단계가 이미 완료된 상태에서 올해 4월부터 7월까지 핵심 장비 도입 및 운용 인력 확보를 통해 생산 단계로 전환 준비를 마쳤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반기보고서를 살펴보면 실상과는 달랐다. 유형자산 변동표에 따르면 2차전지 음극재 생산을 위한 핵심 설비라고 할 수 있는 기계장치 부문에서 신규 취득한 흔적이 없었다. 연구시설 및 장비에 대한 유형자산 취득도 없었다.
시설장치와 사용권자산(리스 등)의 신규 투자는 각각 265만원과 3억3341만원으로, 음극재 파일럿 라인을 구축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더 큰 문제는 신사업에 집중하는 사이 기존 사업의 사업성이 악화됐다는 점이다. 올해 6월 말 기준 나노실리칸첨단소재의 보안라벨 생산 공장 가동률은 28%로, 2023년(74%)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바이오소재 생산 가동률은 3%에 불과했고, 첨단보안소재와 보안인쇄소재는 사실상 생산이 중단됐다.
이로 인해 나노실리칸첨단소재의 영업손실은 2021년을 기점으로 5년째 지속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도 영업손실 21억원을 기록했다. 본업에서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한 2차전지 사업을 추진하는 것 자체가 무리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
투자조합 주요주주 '최재권' 이사와 관계…페이퍼컴퍼니 의혹도━
신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외부 자금 조달이 필수적이지만 최근 나노실리칸첨단소재의 투자자로 나선 실리칸그룹투자조합의 투자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다.투자조합의 주요 주주는 최재권(40%), 실리칸(23.3%), 디자인시티(16.7%) 등으로 구성됐다. 이 중 실리칸과 디자인시티 모두 최재권 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회사다. 사실상 최재권 대표가 투자조합의 80%를 장악한 셈.
문제는 투자조합이 오는 11월25일까지 1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자금을 납입하지 못하거나 철회할 경우, 나노실리칸첨단소재가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돼 상장폐지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회사는 지난번 대주주인 드림캐슬종합건설의 85억원 유상증자 납입 지연으로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을 받았고, 현재 누적벌점 12점을 부과받았다.
최근 1년간 누계벌점이 15점 이상인 코스닥 상장사의 경우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오른다. 이 경우 실질심사에 착수하게 되고 심사 결과에 따라 관리종목 지정이나 상장폐지까지도 가능하다.
특히 나노실리칸첨단소재는 5년째 적자와 지배구조 불안 등 복합적인 문제를 안고 있어 심사에서 불리할 것이란 게 업계의 예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가 2차전지 사업을 한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설비투자 내역을 보면 실체가 의심스럽다"며 "투자자들은 화려한 IR 자료보다는 재무제표상 실제 투자 내역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본지는 나노실리칸첨단소재 측에 질의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저작권자 © ‘재테크 경제주간지’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