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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백색 액체가 250만원 금괴로... '한국 산업의 쌀' 인듐 생산 현장━
갓 만들어진 인듐은 금괴를 은색 포일로 감싼 모양이었다. 작업자는 일정 온도로 내려간 인듐을 대리석에 마찰시켜 균일한 모양을 만들었다. 인듐 1개당 무개는 5kg 남짓이지만 개당 가격은 250만원을 호가한다. 고려아연이 생산한 인듐은 한국 산업의 핵심 반도체를 비롯해 디스플레이와 태양광에 쓰인다.
전종빈 책임은 "아연정광과 2차원료에서 원료를 획득해서 인듐 최종 제품을 생산하는 곳은 고려아연이 유일하다"며 "수요처에 따라 다르지만 고객사의 요청에 따라 한번에 500㎏에서 2톤씩 출하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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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비결은 '회수율 99%'... 독자 개발 '헤마타이트 공법'━
'고려아연'이라는 사명에 맞게 아연공장은 온산제련소에도 가장 중요한 곳 중 하나다. 1974년 온산제련소가 창립된 직후 완공된 공장이다. 고려아연은 당시 연간 5만톤에 불과한 아연 생산량을 65만톤까지 끌어올렸다. 단일 제련소 기준 세계 최대다.
규모만 큰 것이 아니다. 아연을 추출하는 기술력 역시 뛰어나다. 고려아연이 개발한 '헤마타이트 공정 기술'은 산업통상자원부의 국가핵심기술 지정 절차를 밟고 있다. 이 기술은 전 세계에서 고려아연이 유일하게 상용화한 것으로 이를 통해 고려아연은 전 세계 아연 시장 점유율 1위로 도약했다.
기술의 핵심은 제련 중 발생하는 불순물인 철(Fe)을 얼마나 잘 제거하느냐다. 기존 범용 공법보다 낮은 온도와 압력으로 헤마타이트(적철석)를 형성해 철 제거 능력을 끌어올리는 게 중요하다. 고려아연은 이 기술을 통해 기존 85%였던 아연 회수율을 99%까지 끌어올렸다.
기자단이 방문한 주조 공정은 아연을 판매하기 위한 규격과 형태를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1500도의 고열로 녹은 아연은 주형에 부어지며 단단해진 뒤에도 연신 아지렁이를 피워내며 열기를 뿜어냈다.
한지호 주조팀장은 "고객이 원하는 규격과 형태를 반영한 맞춤 제품을 만든다"며 "우수한 품질의 고순도 아연괴를 지속해서 생산하고 있어 고객 만족도가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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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 필수 소재 '안티모니' 효자 등극━
안티모니 괴는 아연이나 인듐보다 더 진한 회색을 띄었고 글리터를 첨가한 것처럼 반짝였다. 크기는 손바닥 하나 정도로 크지 않았지만 1개의 무게는 20kg그램에 달했다. 1개 파레트에는 약 40개의 괴가 쌓여 있었는데 1톤 당 7300만원에 거래된다고 한다.
황윤근 파트장은 "글로벌 수요가 지속해서 증가하면서 안티모니 가격이 지난해 대비 8배, 올해 초 대비 6배 올랐다"며 "조정을 받아서 현재는 소폭 가격이 떨어진 것으로 톤당 9000만원까지 올라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티모니는 지난 6월 첫 미국 수출길에 오른 뒤 8월에도 20톤이 추가 공급됐다. 10여개 기업에 공급돼 미국 군사, 방위 산업 공급망 안정화에 이바지하고 있다. 지난달엔 국내 화학사와 협업해 안티모니 50만톤을 수출키로 합의했다. 온산제련소가 안티모니를 국내 화학사에 공급하면 해당 기업이 삼산화안티모니로 가공에 미국에 판매하는 구조다.
김승현 온산제련소장은 "세계에서 안티모니를 제련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곳은 중국을 제외하면 고려아연 외 1곳 밖에 없다"며 "전 금속을 제련하기 위해 굉장히 많은 연구를 진행했고 성과를 낼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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