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준 아리바이오 대표/사진=머니투데이DB
소룩스가 적자 상태인 자회사 아리바이오를 지원하기 위해 이달 중 210억원의 전환사채(CB)를 추가 발행할 예정이다. 올해에만 4차례 CB 발행으로 오버행(잠재물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6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소룩스는 올해 3회차(240억원)와 4회차(30억원) CB를 발행한 데 이어, 10월 중 5회차(150억원)와 6회차(60억원) CB를 추가 발행할 예정이다. 올해만 총 480억원에 달하는 CB를 발행하는 셈이다.


한 언론 인터뷰에 따르면 이번 발행 자금 역시 사실상 자회사인 아리바이오(지분율 14.71%)에 대한 투자로 쓰일 예정이다. 앞서 3회차와 4회차 CB 투자금 중 일부도 올해 상반기 아리바이오의 12~15회차 CB(98억원) 인수 자금으로 쓰였다.

소룩스는 1996년 7월2일 설립돼 전기조명장치 제조업과 전기공사 및 통신공사업을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다. 사업부문은 조명사업부문과 시공사업부문으로 나뉜다. 아리바이오는 2010년 10월13일 설립됐으며 목적은 난치성 질환 치료제 개발을 통해 인간의 삶의 질 향상을 추구하는 통합 바이오 기업(Integrated Biotech Company)이다. 소룩스 최대주주는 정재준 대표로 소룩스 대표와 아리바이오 CEO를 겸임하고 있다.
CB 전환 때마다 주가 폭락… 최대주주 지분율도 34%→9%로
문제는 자회사 지원을 위한 무분별한 CB 발행이 주가 급락과 지분 희석으로 이어지며 일반 주주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초까지 2회차 CB 물량이 177억원이 전환청구되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지난해말 8000원대였던 주가는 지난 2월 2000원대까지 떨어졌다. 해당 CB의 경우 아리바이오의 지분 투자(219억원)와 운영자금(20억원) 확보를 위해 발행됐다.


그 여파로 최대주주인 정재준 대표 역시 반대매매로 지분율이 34.3%에서 11.08%로 급감했으며 올 상반기 기준 9.40%까지 하락한 상태다.

이보다 앞선 지난해 6~7월에도 1회차 CB 투자자들이 200억원 물량을 전환청구하고 정재준 대표가 2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을 행사하면서 유통 물량이 급증하면서 주가가 조정되는 일이 발생했다.
아리바이오 재정 지원으로 본업 경쟁력도 잃어
여기에 소룩스의 본업 실적마저 좋지 못한 상황이다. 지난해 매출액은 507억원으로 전년 대비 15.3% 감소했으며, 영업손실 66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39.6% 급감한 149억원에 그쳤고, 영업손실은 4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대해 투자업계에서는 아리바이오 지원에 따른 재정 압박이 소룩스의 본업까지 악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올해 3회차 CB 자금(240억원) 대부분이 은행 차입금 (200억원)을 상환하는 데 사용됐다.

정작 막대한 투자를 받는 아리바이오의 실적은 불안하다. 지난해 반짝 흑자(영업이익 133억원)를 기록한 후 올해 상반기 다시 84억원의 영업손실로 적자 전환했다. 아직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한 자회사 지원을 위해 모회사가 반복적으로 CB를 발행하는 구조는 일반 주주의 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한다"며 "과거 CB 전환으로 주가가 70% 넘게 폭락한 전례가 있고, 올해만 480억원의 CB 오버행이 남아있는 만큼 투자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본지에서는 소룩스와 아리바이오에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