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가 첫 시행된 올해 1학기 전 과목 1등급을 받은 서울 학생 수가 1000명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클립아트코리아
고교학점제가 첫 시행된 올해 1학기에 서울에서 전 과목 1등급을 받은 학생 수가 1000명을 넘은 것으로 조사됐다. 입시업계에서는 최상위권 학생이 급증하면서 내신의 변별력이 크게 약화돼 대학 입시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9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진선미 의원(더불어민주당·서울 강동구갑)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1학기 전 과목 1등급을 받은 학생은 총 1009명이며 이는 전체 학생 수 5만8828명 대비 1.72%에 해당된다.


고교학점제 시행 전인 2023학년도 1학기에는 전 과목 1등급 학생이 121명(0.18%)에 불과했다. 불과 1년 만에 약 8~10배 늘어난 셈이다. 이는 9등급제에서 상위 4%였던 1등급 비율이 고교학점제 도입으로 5등급제 상위 10%까지 확대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교육지원청별 전 과목 1등급 학생 비율을 보면 ▲강서양천 2.19%(167명) ▲성북강북 1.85%(61명) ▲중부 1.8%(117명) ▲강동송파 1.78%(111명) ▲성동광진 1.78%(55명) ▲동부 1.71%(44명) ▲남부 1.73%(106명) ▲강남서초 1.51%(99명) ▲동작관악 1.51%(71명) ▲서부 1.5%(85명) ▲북부 1.44%(93명) 순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1등급 학생이 급증하면서 상위권 변별력이 사실상 사라졌다는 점이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현재 고등학교 1학년 학생 수는 42만5400명이다. 서울시의 전 과목 1등급 비율(1.72%)을 단순 대입할 경우 전국적으로 약 7317명에 달한다.


이는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3092명)과 서울대 모집인원(3556명)을 합한 것보다 많다. 전 과목 1등급을 받아도 의대나 서울대 진학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1등급을 받지 못한 학생들의 상위권 대학 진학 통로도 좁아질 가능성이 크다. 기존 9등급제에서는 상위 11%까지 2등급이었지만, 5등급제에서는 상위 34%까지가 2등급에 포함돼 1~2등급 동점자가 대거 발생할 수 있다.

각 대학은 고교학점제 취지에 맞춰 2028학년도 입시부터 내신 반영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서울대는 정시 일반전형 2단계 교과 반영 비율을 기존 20%에서 40%로 늘리기로 했지만 1~2등급 학생이 급증하면 대학은 결국 동점자들을 세밀히 구분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하게 된다.

이 같은 상황이 충분히 예견됐음에도 변별력 확보 방안 없이 제도를 강행한 정부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나온다. 진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내신 5등급제 전환이 현장 혼란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변별력 확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