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DB하이텍 주가가 6만400원을 넘기면 DB inc는 지주사 전환 요건이 충족된다. 지난 17일 DB하이텍 주가가 장중 6만1300원을 기록하며 해당 요건이 충족될 뻔 했으나 장 막판에 해당 주식 주가가 떨어졌다. 지난 6월 기준 DB inc의 자산총계는 8668억 원이고 DB하이텍 장부가는 3067억 원으로 반영돼 있다. DB inc는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0일까지 DB하이텍 주식 8만 주를 추가 매입해 총 837만3783주(19.2%)를 보유하고 있다.
DB inc가 지주사로 전환하려면 자회사 지분을 추가로 사들여야 해 자금 부담이 크다. 이를 피하기 위한 방법은 두 가지다. 자산을 늘리거나 DB하이텍 주가를 6만 원 아래로 유지하는 것이다. 최근 DB그룹 행보를 보면 DB하이텍 주가에 하방 압력을 주는 방향으로 해석된다. 지난 3월 부동산 회사 디비월드는 철강업계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던 DB메탈을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했다. 회사 측은 "사업 다각화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지만 DB메탈 부채비율이 1000%가 넘어 DB하이텍 부담도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디비월드와 DB메탈 합병으로 DB하이텍이 보유한 디비월드 지분율이 줄었다. 현재 72.22%로, 약 9% 감소했다. DB메탈의 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DB하이텍의 지원은 불가피하다. 지난해 DB하이텍은 디비월드를 통해 약 900억 원을 DB메탈에 투자한 바 있다. 추가 자금 지원을 위해 DB하이텍이 유상증자를 진행할 경우 주가 하락 가능성도 있다.
지난 9월 DB하이텍이 자사주 222만 주를 활용해 약 1256억 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발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3차 상법 개정안의 핵심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다. 교환사채 발행은 자사주 소각을 피하기 위한 조치로 읽힌다. 교환사채 발행은 주가 하락과 연결된다. 실제로 지난달 교환사채 발행 공시를 낸 36개 기업 중 26곳의 주가가 하락했다. 반면 자사주 소각은 주주 가치 제고로 주가가 오르는 경향을 보인다.
DB inc 입장에서는 DB하이텍 주가가 낮은 것이 유리하다. 지주사로 전환되면 자회사 지분을 30% 이상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분 10.8%를 추가로 매입해야 하는데 이는 약 480만 주로 지난 17일 종가 기준 약 2836억 원이 필요하다. 주가가 높으면 매입 비용도 커진다.
올해 국감에서는 DB그룹의 지주사 전환 관련 사안이 다뤄지지 않고 있다. 최근 DB 하이텍 주가가 올라 지주사 전환 요건이 충족된 만큼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DB inc가 지주사 전환을 피하기 위해 DB하이텍 주가에 부담이 되는 경영상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앞서 2023년 국정감사에서는 DB그룹이 지주사 규제를 피하려 했다는 의혹으로 김준기 창업주가 증인으로 채택된 바 있다. 다만 국회와 논의를 통해 실무자인 문덕식 DB inc 대표 이사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당시 DB그룹은 DB하이텍 팹리스 사업부문 물적분할을 통해 주가를 낮추고 DB inc와 DB메탈의 흡수합병으로 자본을 늘려 지주사 전환을 회피하려 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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