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입법조사처 '2025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MBK는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국민연금으로부터 6121억원을 투자받았다. MBK는 인수 과정에서 홈플러스의 자산과 수익능력을 담보로 금융권 차입을 일으키는 차입매수(LBO) 방식을 활용했다. 이후 MBK는 홈플러스의 핵심 자산인 주요 점포를 매각한 뒤 다시 임차하는 방식으로 단기간에 대규모 현금을 확보했고 이 자금은 투자자들에게 고배당으로 지급되거나 부채 상환에 사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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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MBK '부동산 장사' 알면서 투자… 투자 자금 회수도 불투명━
문제는 MBK가 홈플러스 인수 당시 점포 매각 자금으로 부채를 상환할 계획을 세웠다는 사실을 국민연금이 인지하고도 투자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 내부 투자위험보고서에는 MBK가 인수 초기부터 부동산 매각을 통한 현금 회수를 핵심 전략으로 설정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까지 지난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연금이 LBO 방식을 활용하는 PEF에 출자하는 것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LBO 방식의 사모펀드와 관련해 기관투자자들이 자금을 제공하는 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준에 맞냐는 점에 대해 2015년부터 계속 지적해왔다"는 견해를 밝히며 논란에 힘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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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조 PEF투자, ESG엔 눈 감은 국민연금━
하지만 대체투자 과정에서 책임투자 원칙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연금은 주식이나 채권 위탁운용사를 선정할 때 ESG 요소를 평가해 가점을 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나 PEF가 포함된 대체투자 분야에는 이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
해외 주요 연기금이 대체투자·PEF 출자 시 운용사 선정부터 ESG 심사를 제도화하고 관여 후 개선이 없으면 철수하는 것과 대비된다. 미국의 최대 공적 연금인 캘리포니아공무원퇴직연금(CalPERS)은 PEF 운용사를 선정할 때 ESG 정책 이행 여부와 분쟁·소송 이력, 인권·노동 관련 리스크를 필수 심사 항목으로 포함한다. 투자 이후에도 정기적인 ESG 보고를 의무화하고 기준 미달 시 신규 투자 제한이나 재약정 거절 등의 제재를 가한다.
국민연금은 홈플러스 사태를 계기로 PEF 위탁 운용사 선정 기준을 수익률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것이 아닌 '수익의 질'도 보는 방향으로 개편했다. 가장 핵심적인 변화는 구술 평가 과정에서 운용 성과의 세부 항복에 '운용 수익의 질'을 신설한 것이다. 이는 단순 수익률이 아닌 투자 대상의 질적·양적 기업가치 제고, 지속 가능한 성장 전략, 건전한 자본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이 펀드 계약 단계에서부터 LBO 제한, 고용 안정성 유지 등 ESG 관련 의무조항을 계약상 명문화하고 정기 실사제와 재약정 제한 등 이행 확보 장치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국회입법조사처 역시 "국민연금 대체투자 영역의 책임투자 적용 지침과 규율이 부족하다"며 제도적 개선 필요성을 지적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남근 의원(더불어민주당·서울 성북을)은 머니S에 "운용사가 LBO를 추진할 경우 출자자와 금융위원회에 인수 구조와 자금 운용 내역을 보고하도록 했다면 국민연금이 MBK파트너스의 탐욕을 사전에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기금의 대체투자에 대한 스튜어드십코드 적용 계획을 밝힌 만큼 국민연금 스스로도 적극적 역할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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