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상류환경피해주민대책위원회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24일 장형진 고문에 대한 고발 사건을 경찰이 정식 수사에 착수함에 따라 고발인 조사가 진행됐다고 밝혔다.
고발인·소송대리인단은 지난 23일 강남경찰서에 출석해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이들은 수십년 동안 누적된 중금속 오염의 근본적 책임이 영풍그룹의 실질적 의사결정권자인 장형진 고문에게 있다고 주장하며 관련 정황을 상세히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또 경찰 조사에서 환경부의 정화명령 불이행, 제련소의 불법 폐기물 매립, 카드뮴·납·아연 등의 배출 등 중대한 환경오염 사안에 대해 장 고문이 직·간접적으로 보고를 받고 승인한 정황이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고발인단은 "장형진 고문은 형식상 '고문' 직함을 사용하고 있으나 여전히 그룹 내 핵심 의사결정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과거 수십년 동안 영풍그룹의 대표이사와 회장을 역임하며 석포제련소의 운영·환경관리·대응정책을 총괄했고 현재도 순환출자 구조와 가족지분을 통해 그룹의 실질적 오너로서 의사결정 라인을 장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영풍 석포제련소는 지난 50여년 동안 낙동강 상류를 중금속으로 오염시켜 왔으며 이로 인해 낙동강 수질은 물론 인근 주민들의 건강과 생태계가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며 "이번 수사가 형식적 절차에 그치지 않고 환경오염 범죄의 실질적 책임자인 장형진 고문에 대한 엄정한 사법 처리로 이어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14일 열린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법 위반과 폐기물 야적 문제 등을 두고 여야 의원들의 강도 높은 비판이 이어졌다. 의원들은 영풍의 실질적 소유주로 지목되는 장형진 고문을 거론하며 제련소 폐쇄 필요성까지 제기했다.
김태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영풍 측은 지난 5월 기준 제련 잔재물이 31만t 남아 있다고 밝혔지만, 실제 규모는 아무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통합환경허가 조건 103개 중 토양정화 이행률이 5%에 불과하다"며 "낙동강 인근 1300만 시민의 식수가 걸린 문제로 중앙정부 차원의 TF 구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 역시 "오너가 따로 있고 대표가 따로 있는 구조에서 대표의 약속만으로는 담보가 어렵다"고 말했다.
영풍그룹은 장형진 고문이 일선에서 물러난 뒤 전문경영인 체제를 내세우고 있으나 환경단체들은 이를 "책임 회피를 위한 방패막이용 꼼수"라고 비판한다.
고발인단은 "낙동강을 오염시킨 것은 제련소 건물이 아니라 이를 운영하라고 지시하고 방관한 사람들"이라며 "장형진 고문은 사태의 최종 결정권자이자 책임자로서 법의 이름으로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민변과 대책위는 향후 환경부 및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오염지역 정화명령 이행 여부 점검 ▲제련소 운영 전반에 대한 특별수사 및 감사 청구 ▲피해 주민과 지역경제 복원을 위한 실질적 지원 대책 마련 등을 지속적으로 요구할 방침이다.
한편 대책위는 지난 8월27일 서울중앙지검에 장형진 전 대표이사를 형사 고발했다. 고발장에는 카드뮴 유출, 불법 폐기물 매립, 대기 분진을 통한 공공수역 오염(환경범죄단속법 및 물환경보전법 위반), 경북 봉화군이 내린 오염토양 정화명령 불이행(토양환경보전법 위반), 오염물질 누출·유출 미신고 등의 혐의가 포함됐다. 비소·수은 등 다른 특정수질유해물질 유출과 폐기물 불법 매립에 대한 수사도 함께 요청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