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엔지니어링은 두 곳의 시공 현장에서 본드콜을 청구받았다. 본드콜이 확정되면 모회사인 현대건설의 실적 악화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현대엔지니어링 본사. /사진=뉴시스
현대엔지니어링이 해외 발주사들로부터 최대 2200억원 규모의 계약이행보증금 청구(본드콜)를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엔지니어링 측은 발주사가 공사비를 지연한 책임이 있다며 법적 공방을 예고했다. 본드콜 이행 시 모회사인 현대건설 실적에도 충격이 클 전망이다.

2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은 말레이시아 전력플랜트와 폴란트 석유화학플랜트 발주사로부터 각각 400억~500억원, 1700억원의 본드콜을 요청받았다.


말레이시아 현장은 2017년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건설이 1조300억원 계약을 수주한 복합화력발전소 프로젝트로 지난 6월 본드콜이 요청됐다. 본드콜 규모는 400억~500억원이 예상된다.

다른 문제의 현장은 2019년 수주한 폴란드 석유화학 플랜트 공사로 프로젝트 규모가 1조3000억원에 달한다. 준공 승인을 앞두고 발주사와 원활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지난 8월 본드콜을 요구받았다. 본드콜 규모는 1700억원 수준이다.

본드콜은 발주사가 시공사의 도급계약 미이행을 이유로 계약 보증을 제공한 금융기관에 보증 이행을 청구하는 제도다. 현대엔지니어링 측은 발주사가 공사비 지급을 지연했다고 밝혔다.


현대엔지니어링 측은 말레이시아 현장의 공사가 거의 완료되는 시점이고 폴란드 현장의 경우 완공 후 시험생산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발주사가 공사비 지급을 지연한 것으로 보고 법적 중재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모회사 현대건설 실적 영향
현대엔지니어링에 1700억원 수준의 본드콜을 요구한 폴란드 석유화학기업 아조티(Azoty)의 폴리머리 폴리체 PDH/PP 플랜트 프로젝트 전경. /사진 제공=현대엔지니어링
만약 본드콜이 확정되면 현대엔지니어링은 보증금 상환 등 현금 유출로 재무 부담이 커지게 된다. 보증 한도 축소 등으로 향후 입찰·수주 경쟁에서 타격도 있을 수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25년 반기보고서에서 폴란드 석유화학 플랜트 볼드콜에 대해 "향후 법적 판단에 따라 연결재무제표에 반영할 예정"이라며 "다만 연결회사의 사업과 재무 상태, 경영성과 등에 미칠 영향은 예측할 수 없다"고 공시했다.

본드콜의 영향으로 모회사인 현대건설은 주요 상장 건설업체 중 유일하게 영업이익 하락이 예상된다. 금융정보업체 FN가이드의 추정(컨센서스)에 따르면 현대건설의 3분기 영업이익은 723억원으로 추정돼 전년 동기(1143억원) 대비 36.7% 감소할 전망이다. 매출도 같은 기간 8조2569억원에서 7조4734억원으로 9.5% 감소가 예상된다.

현대건설은 지난해에 현대엔지니어링의 해외 사업에서 1조2000억원 이상 영업 손실이 발생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건설의 연결 영업이익은 -1조2634억2000만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