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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회담, 25% 관세 폭탄 해소될까━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관세 협상이 타결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으나 양국 모두 신중한 태도로 전환하면서 최종 타결이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도 최근 양국 무역 합의의 최종 타결이 쉽지 않다고 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양국은 미국의 관세율을 현행 25%에서 15%로 낮추고 한국이 약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해 투자하는 방안을 논의해 왔다. 이 타결안이 성사될 경우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자동차, 철강, 가전 업계의 관세 부담이 크게 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미국 측이 펀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전액 현금 직접 투자를 요구하면서 실질적인 서명까지 난항을 겪고 있다. 한·미 양국은 장관급 협의 채널을 통해 막판까지 협상을 진행했으나 대미 투자 패키지 실행 방안의 세부 계획을 두고 교착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APEC 정상회담 기회를 놓칠 경우 협상이 장기전으로 이어져 기업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산업계 전반에 퍼지고 있다.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것은 자동차 업계다. 미국이 지난 4월 자동차 품목에 25%, 5월에 자동차 부품에 25%의 관세를 각각 부과한 이후 협상이 지연되면서 기업들은 여전히 25%의 고율 관세를 부담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 2분기(4~6월) 영업이익이 관세 여파로 약 1조6000억원 줄었으며 3분기(7~9월)에는 재고 소진 영향에 따라 약 2조원 규모의 이익 감소가 예상된다.
50%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짊어지고 있는 철강업계 상황도 심각하다. 현재 한국산 철강에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국가 안보상 수입 제한'을 대통령이 직접 결정할 수 있도록 한 법 조항이다.
고율 관세와 중국산·일본산 저가 공세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철강 업계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특수강이나 강관 등 일부 품목에 대한 관세 인하 또는 일정 물량에 대해 무관세 수출을 허용하는 쿼터제 재도입 논의라도 이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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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정상회담, '무역 휴전' 국면 기대... 희토류 유예 여부가 핵심━
미·중 무역 갈등이 이전보다 심화된 것은 국내 기업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해왔다. 미국이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중국산 배터리 등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자 중국은 자원을 무기화하며 보복 조치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전투기·자동차·전자제품 등 첨단 산업 전반에 필수적인 핵심 소재인 희토류가 수출 허가제 대상으로 지정됐다. 전 세계 희토류 공급의 약 90%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어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타격을 미칠 것으로 전망됐다.
중국이 지난 25~26일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미국과의 제5차 고위급 무역 협상에서 희토류 수출 통제를 유예하는 데 잠정 합의해 변화가 이뤄 질 것으로 예상된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26일(현지시각)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를 재검토하기로 했으며 향후 1년 동안 시행을 연기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를 유예하면 한국의 핵심 광물 공급망도 안정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기준 한국은 희토류 금속 80%, 희토류 화합물 48%를 중국에서 수입했다. 정부가 중국의 수출 통제 강화 이후 호주 등과 공급망 협력 확대에 나섰지만 정제·가공 시설이 여전히 중국에 집중돼 있어 단기간 내 대체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과 사업 연관도가 높은 반도체, 철강, 조선 업계도 이번 미·중 정상회담 결과에 따른 제재 리스크에 대한 경계심을 높이고 있다. 최근 중국이 한화오션의 미국 계열사를 제재한 사례에서 보듯 미·중 무역 갈등이 개별 한국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보복 조치로 이어질 가능성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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