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경북 경주 예술의전당 원화홀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사진=지선우 기자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HBM 97까지 만드는 장기적인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100% 확신한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31일 경북 경주 예술의전당 원화홀에서 진행된 미디어 Q&A 행사에서 이같이 밝혔다. 황 CEO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 기조 연설로 대미를 장식한 뒤 곧바로 기자 간담회에 참석했다. 간담회서 그는 한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신뢰,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의 파트너십을 강조했다.


간담회 포문은 피지컬 인공지능(AI) 관련 질문으로 시작됐다. 황 CEO는 한국의 피지컬 AI 현실화 방안에 대한 질문에 "피지컬 AI는 자연의 법칙을 이해하는 인공지능이다. 물리적 세계 본질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적으로 노동력 부족 현상이 있다. 한국의 모든 공장에서 제조 노동력을 보강하기 위해 AI를 활용한다면 한국은 성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의 피지컬 AI 분야 발전을 위해 인프라 구축이 우선되어야 한다고도 말했다. 그는 "AI 공장 없이는 AI를 생산할 수 없고 칩 공장 없이는 칩을 만들 수 없다"며 "발전소 없이 에너지를 만들 수 없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이날 발표된 한국 GPU 26만개 공급을 언급하며 "한국의 이재명 대통령·삼성전자·SK·현대·네이버 등 기업과 정부 모두 AI 공장 역량에 투자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26만개 GPU는 한국에 풍부하고 활기찬 생태계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AI 인프라 구축 다음 단계로는 "언어·피지컬 AI·로봇공학·자율 주행 시스템·디지털 생물학·화학 등 모든 다른 산업을 포괄하는 풍부한 개방형 모델(open models) 세트가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 자체적인 AI 모델 구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엔비디아 칩 중국 공급 여부에 대한 질의도 이어졌다. 현재 미중 갈등으로 엔비디아는 저사양 칩 외에는 중국에 판매하지 못하고 있다. 황 CEO는 "우리는 항상 중국으로 돌아가기를 희망한다. 중국에서 엔비디아가 잘되는 것이 미국과 중국 모두에 이익"이라며 양국 정부가 합의를 통해 중국 수출을 확대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미국이 중국 수출 제재 이유로 삼는 AI칩 군사적 용도 이용 우려를 두고 "말이 되지 않는다"고도 답변했다. 그는 "엔비디아 기술이 훨씬 더 낫다고 말할 수 있지만 중국 (AI 칩 제조)기술도 군사적 용도로 충분히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 스스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메모리 기술 분야에서 세계 최고"
지난 31일 경북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APEC) CEO 서밋에서 특별세션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젠슨 황 CEO. /사진=뉴시스
한국 반도체 시장에 대한 신뢰감도 드러냈다. 황 CEO는 "저는 한국의 반도체 제조·설계 분야에 엄청난 신뢰를 가지고 있다. 여러분도 한국의 반도체에 신뢰를 가져야 한다. 대단하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는"한국은 메모리 기술 분야에서 세계 최고다. 우리는 메모리 기술의 미래를 발전시키기 위해 계속해서 긴밀한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한국 메모리 기술을 두고 '프라이드 치킨'과 비유하기도 했다. 지난 30일 황 CEO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정의선 현대차 회장과 서울 코엑스 인근 '깐부치킨' 매장에서 회동했다. 당시 그는 치킨 맛을 두고 한국이 최고라고 칭찬했다. 국내 기업의 메모리 기술이 그만큼 뛰어나다고 한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회사를 두고 "모두 놀라운 기술 역량을 가지고 있다. 삼성은 훨씬 더 다양하고 SK하이닉스는 훨씬 더 집중하고 있다. 집중은 집중의 장점이 있고 다양성은 다양성의 장점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D램·HBM 등 여러 반도체 사업을 하는 반면 SK하이닉스는 HBM에 총력을 다하는 상황을 설명한 것이다. 두 회사를 '치맥 형제들'이라고 표현했다.

간담회를 마친 황 CEO는 오후 8시 45분쯤 전용기로 한국을 떠났다. 15년만에 방한한지 30시간만에 출국한 것이다. 다음 행선지는 영국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