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가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사진은 키움 히어로즈에서 활약했던 박병호. /사진=뉴스1
'국민 거포'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박병호가 우승 트로피 없이 선수 생활을 마쳤다.

삼성 라이온즈는 지난 3일 박병호의 은퇴 소식을 전했다. KBO리그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박병호는 20년 동안의 현역 생활을 마치고 정든 그라운드를 떠나게 됐다.


서울 성남고 출신 박병호는 2004년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무려 네 타석 연속 홈런을 쏘아 올리며 괴물 신인으로 주목받았고 LG트윈스의 1차 지명을 받으며 프로에 입성했다. 그러나 역대급 재능이란 평가와 달리 박병호는 1군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긴 무명 생활을 보내던 박병호는 2011년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로 트레이드된 후 전설이 됐다. 이적 2년 차인 2012년 32홈런을 쏘아 올리며 생애 첫 홈런왕을 차지했고 2015년까지 4년 연속 홈런왕과 타점왕을 독식했다. 특히 2014시즌과 20215시즌엔 각각 52홈런, 53홈런을 쏘아 올리며 2년 연속 50홈런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팬들은 박병호에게 '국민 거포'라는 별명도 붙여줬다.

최고 전성기를 맞은 박병호는 메이저리그(MLB) 도전을 택했고 미네소타 트윈스 유니폼을 입었다. 비록 ML에서 성공하진 못했지만 위험을 감수하고 꿈을 찾아 나섰던 모습은 국내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삼성 라이온즈 박병호가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사진은 삼성에서 활약한 박병호. /사진=스타뉴스
박병호는 2019시즌 키움으로 복귀했고 5번째 홈런왕을 차지했다. 하지만 성적은 점차 떨어졌고 자유계약선수(FA) 직전인 2020시즌에 타율 0.227 20홈런으로 부진했다. 이후 박병호는 KT위즈 유니폼을 입었다. 이미 전성기가 지났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적 첫해 35홈런으로 6번째 홈런왕을 차지했다. 이후 2024년 동갑내기 친구 오재일과 트레이드된 후 삼성 유니폼을 입었지만 부활하지 못했고 결국 은퇴했다.


박병호는 프로 통산 1769경기에 출전해 타율 0.272 418홈런 1244타점 1022득점 OPS(출루율+장타율) 0.914를 기록했다. 특히 홈런은 최정과 이승엽 전 감독, 최형우에 이어 역대 4위다.

박병호는 골든글러브와 리그 MVP 등 대부분 개인상을 받았지만 유독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넥센과 키움 시절 두 차례(2014년, 2019년), KT(2023년)와 삼성에서 한 차례 등 총 네 번 한국시리즈 무대에 나섰지만 매번 준우승에 그쳤다.

현역 시절 못 이룬 우승의 꿈은 지도자로 이어간다. 박병호는 4일 키움 잔류군 선임 코치로 지도자의 길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