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수도·지하수 시설 없이 사용승인 된 건축물. /박진영 기자
경기도 시흥시가 법적 요건을 무시한 채 건축허가를 반복적으로 내준 사실이 확인됐다. 급수·위생시설조차 확보되지 않은 건물에 사용승인을 내주고 이후 증축과 건설폐기물업 허가까지 이어진 것이다. 최근 <머니S>가 단독 보도한 '기반시설 없는 건축물 허가' 논란이 또다시 반복됐다.
문제의 건물은 시흥시 월곶동 898번지 일원 철도보호구역과 그린벨트 경계에 자리한다. 해당 건물은 2010년 11월 허가를 받아 2011년 10월 사용승인을 받았으나 당시 상수도·지하수 시설이 모두 미비했다. '건축법'은 급수·위생시설 등 기반시설을 갖춘 뒤에야 사용승인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시흥시는 이를 무시한 채 승인했고 2년이 지난 2013년에야 지하수 개발 허가가 이뤄졌다. 시 관계자는 "절차상 문제 여부를 검토 중"이라며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이 건물은 철도 경계선으로부터 약 5m 떨어져 있다. '철도안전법'은 철도보호구역 내 건축물 신축·증축 시 관리기관의 사전 협의를 의무화하고 위반 시 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 시흥시는 "협의를 마쳤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협의 내용이나 조건은 공개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실질적 검토 없이 형식만 갖춘 협의는 사실상 위법"이라고 지적한다.


해당 부지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상 자연녹지지역으로 생활환경 보호와 환경보전을 목적으로 지정된 곳이다. 폐기물 관련 시설은 일반적으로 도시계획 조례 등에 따라 허용되지 않음에도 현장에는 건설폐기물과 장비가 쌓여 있어 사실상 폐기물처리장처럼 운영되고 있다. 인근 주민들은 "녹지 보전지역이 폐기물 야적장으로 변했다"며 악취와 분진 피해를 호소한다.

그런데도 시흥시는 지난해 이 건물의 증축을 허가했다. '건축법'은 공공안전이나 환경 훼손 우려가 있는 경우 건축허가를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지만 시흥시는 이를 무시했다. 도시계획 전문가는 "급수·도로·환경 등 기본 요건이 빠진 상태에서 증축까지 승인한 것은 행정의 방임"이라고 꼬집었다.

문제의 건축물이 있는 월곶동 898번지 일원 항공사진. /국토교통부
현장 주변에는 시유지와 국유지가 뒤섞여 있다. 일부 구거(배수로)와 잡종지는 폐기물과 장비로 점유된 상태다.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 제99조는 국가·지자체 소유 재산을 무단 점유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시흥시는 "무단 점유한 것으로 보인다"며 "현장 점유 여부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건축물 사용승인과 건설폐기물 중간처리업 허가 모두 직권 취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건축법' 제22조는 법령 위반에 따른 허가는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건설폐기물법' 제25조는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받은 허가의 취소를 명시하고 있다. 시 자원순환과 관계자는 "건설폐기물 중간처리업은 자연녹지지역에 설치될 수 없다"며 "당시 허가 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허가 취소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머니S> 취재진은 현장 취재 중 해당 업체 대표로부터 폭언과 협박을 당했다. 대표는 기자에게 "죽여서 토막내겠다"는 등의 발언을 했고 이 내용은 현장에서 녹음된 음성 파일로 확보됐다. 기자는 시흥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으며 경찰은 협박 혐의로 수사에 착수했다. 지역 사회에서는 "불법 행정의 끝이 언론 협박으로 번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환경단체 관계자들은 "이 정도면 행정 실수가 아니라 관행화된 위법"이라며 "시흥시 전반에 대한 감사원 감사와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기반시설 없는 승인과 철도보호구역 내 부실 협의, 녹지 훼손, 공유지 점유, 취재진 협박까지. 이번 사안은 단일 사건이 아니라 '법보다 관행이 앞서는 시흥시 행정의 민낯'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