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증권사 최초로 2조원 클럽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835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17.8% 급증했다.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조9832억원으로 올해 연간 영업이익 2조원 돌파 기대감이 나온다.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6509억원, 누적은 1조6761억원을 달성했다.
실적 성장의 핵심 요인은 운용 및 IB(투자은행) 중심 레버리지 전략이 유효했다는 평가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3분기 기준 18조7000억원 규모 발행어음을 바탕으로 모험자본 투자와 IB 딜에 적극 나섰다. 1825억원 규모 아시아나 항공 화물사업부 인수 금융과 대신밸류리츠 IPO(기업공개) 등의 성과를 내며 IB 부문에서 두드러졌다는 평가다.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키움증권도 올해 3분기 호실적과 함께 1조 클럽을 일찌감치 달성했다. 미래에셋증권은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222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9% 감소했다.
표면상으론 시장 컨센서스(기대치)를 밑돌았지만 이는 판교 알파돔 부동산 매각 과정에서 발생한 회계상 왜곡 영향으로 분석된다. 해당 자산 매각 시 미래에셋증권이 보유한 펀드 지분에 해당하는 매각 수익은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라 영업외수익(기타수익)으로 인식된 반면 다른 투자자 지분에 해당하는 금액은 영업비용으로 처리돼 영업이익이 축소된 것처럼 나타났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영업성과를 가늠할 수 있는 당기순이익은 오히려 개선됐다. 3분기 순이익은 343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8% 증가했다. 1~3분기 영업이익은 1조694억원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NH투자증권은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391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7.9% 증가하며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달성했다. 당기순이익은 2831억원으로 84% 늘었고 1~3분기 누적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조23억원, 7482억원을 기록했다.
NH투자증권도 IB 부문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포스코퓨처엠 등의 대형 유상증자, 메리츠금융지주·삼성중공업 회사채 발행 주관, SK해운 인수금융 등 주요 거래가 실적에 기여했다.
삼성증권의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401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3.97% 뛰었고 당기순이익은 3091억원으로 28.65% 늘었다. 누적 영업이익은 1조451억원을 기록하며 1조 클럽에 진입했다.
고액자산가 기반 고객을 앞세운 WM(자산관리) 부문을 기반으로 한 리테일 성과가 호실적을 견인했다는 평가다. WM 부문에서 1억원 이상을 예치한 리테일 고객이 전 분기 대비 3만7000명 증가했고 전체 리테일 고객자산은 37조400억원 늘었다.
키움증권은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4089억원, 당기순이익은 32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2.6%, 52.3% 증가했다.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조1426억원으로 1조클럽에 진입했다.
키움증권의 실적을 견인한 것도 리테일 부문 실적이다. 키움증권은 올해 3분기 국내증시 랠리와 미국증시 호조가 겹치면서 주식 수수료수익이 전년 동기 대비 45.6% 증가한 1852억원을 기록했다.
시장 유동성이 증가한데다가 금리 하락 기대가 더해지며 기업들의 리파이낸싱·인수금융 등 대형 IB 딜이 다시 살아난 것도 실적 호조의 또 다른 축으로 작용했다.
다만 향후 실적 격차를 키울 결정적 요인은 각 사의 수익 포트폴리오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발행어음과 운용, IB 비중이 높은 증권사들 자본시장 호황 국면에서 거래대금·신용공여·대형딜 회복의 수혜를 집중적으로 흡수하며 실적 레벨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리파이낸싱·인수금융 등 대형 딜을 선점한 증권사들은 4분기에도 실적 모멘텀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금리 하락 기대와 함께 대기업 중심 차환 수요가 지속되면서 IB 경쟁력이 강한 하우스들은 시장 변동성에 대한 방어력도 우위에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브로커리지, 신용공여, 상장지수펀드(ETF) 판매 등 리테일 비중이 높은 증권사들은 거래대금, 환율, 미국장 흐름 등에 실적이 민감하게 연동된다. 만약 연말 증시 랠리가 둔화될 경우 실적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개인 투자심리의 위축이 나타날 경우 수수료 수익 감소 폭이 즉시 반영되기 때문에 리테일 중심사의 4분기 실적은 시장 상황에 따라 롤러코스터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태준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올해 증시는 금리 인하와 정부 증시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급등했다"며 "그러나 이제 기대감만으로 상승을 이어가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증시 부양 정책이 현실화해도 실질적인 변화가 없다면 기대감은 실망감으로 변하기 마련"이라고 짚었다.
김현수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과거 수수료 중심이었던 증권사의 수익구조가 현재는 자본을 운용해 버는 비중이 커지고 상품과 IB의 역할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익 기반이 넓어진 만큼 분기 실적 변동성도 커졌다"며 "자본 체력을 먼저 키우고 레버리지를 활용해 운용과 상품, IB의 저변을 넓히면 저성장 국면에서도 버틸 완충력이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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