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국내에 2030년까지 5년 동안 125조2000억원을 투자한다. 분야별로는 미래 신사업 분야 50조5000억원, R&D투자 38조5000억원, 경상투자 36조2000억원 등이다.
이번 미래 인프라 투자의 핵심은 ▲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 어플리케이션센터 ▲로봇 완성품 제조 및 파운드리 공장 등 세 가지다.
현대차그룹은 대규모 AI 학습이 가능한 고전력 'AI 데이터센터'를 신설해 자율주행·스마트팩토리·로보틱스 등 핵심 기술 개발의 기반을 마련한다.
이 센터에는 페타바이트(PB)급 규모의 데이터 저장소가 구축돼 차량·로봇 등에서 발생하는 대량의 물리적 행동 데이터를 처리하는 역할을 맡는다. 기존 데이터센터가 단순 저장 기능에 그쳤다면 AI 데이터센터는 미래 모빌리티 기술의 성능·안전성을 결정하는 'AI 엔진'에 가깝다.
현대차그룹은 '피지컬 AI 어플리케이션센터'를 설립해 로봇의 행동 데이터 학습과 실증을 전담하는 체계도 갖춘다. 로봇이 실제 산업 현장에 투입되기 전까지의 모든 검증과정을 담당하는 테스트베드가 될 예정이다.
단순 연구시설이 아니라 로봇의 학습·검증·안전성 확보까지 한 번에 처리하는 통합 실증센터라는 점에서 회사가 로보틱스 분야를 전략산업으로 본격 육성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자동차 부품 협력사들 역시 로봇 부품 산업으로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자동차 협력사들은 내연기관-전동화 전환 과정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혀대차그룹이 로봇 파운드리를 구축하면 기존 부품사들이 로봇용 핵심 부품 개발·생산으로 이동할 수 있다.
수소를 중심으로 한 그린 에너지 생태계 투자도 이어간다. 이 사업은 '고분자전해질막(PEM) 수전해 플랜트'를 중심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서남권 지역에 1GW 규모의 수전해 설비를 구축하고 인근에 수소 출하센터·충전소 등 인프라를 조성한다.
PEM 수전해기와 수소연료전지 부품 제조시설도 신설해 수소 밸류체인을 내재화하고 글로벌 수출 산업으로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장기적으로 AI·수소·차량 사물 통신(V2X) 기술을 결합한 '수소 AI 신도시' 조성도 검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발표를 현대차그룹이 자동차 제조기업에서 벗어나 AI·로봇·수소를 아우르는 미래 제조 플랫폼 기업으로 서거하겠다는 전략적 전환으로 본다.
이 같은 변화는 개별 기업 전략을 넘어 국내 제조업 구조 변화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AI·로봇·수소 기술 기반의 생산·연구 인프라가 확대되면 기존 자동차 중심 공급망도 고부가 기술 중심의 산업 생태계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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