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와 LH개혁위원회가 LH개혁안을 위한 로드맵을 가동했다. 사진은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뉴시스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구조 개편을 주도하는 LH개혁위원회가 국민·전문가의 의견을 청취했다. LH개혁위는 이 같은 의견을 토대로 늦어도 연내에 LH개혁안을 확정하겠다는 방침이다. 공공택지 매각 중심을 벗어나 직접 시행·시공과 장기임대형 모델이 대안으로 부상함에 따라 LH의 역할 변화와 조직 재구성이 예상된다.
19일 건설업계와 관가에 따르면 국토부와 LH개혁위는 전날 오후 2시 경기 성남시 위례자이더시티에서 '바람직한 LH, 국민 소통 간담회'를 열고 공공주택, 조직 개편, 민간참여 확대방안을 논의했다. 사전 신청한 일반 국민과 도시·주택 전문가, 시장 참여자들이 현장에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간담회는 ▲살고 싶은 공공주택·국민이 LH에 바라는 점 ▲전문가가 보는 LH 개혁·시장에서 LH에 바라는 점 두 개의 세션으로 구성됐다. 정부는 LH가 공공택지를 민간에 매각하는 방식에서 직접 공급·건설하는 모델로의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 양질의 주택을 저렴하고 빠르게 공급하겠다는 취지지만 비용 절감과 품질 확보의 두 과제를 충족해야 하는 만큼 LH에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한정희 국토부 토지정책과장은 "제기된 의견을 검토해 실효성 있는 개혁 방안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LH 개혁의 실질적 핵심은 '조직 개편'으로 지목된다. LH는 택지 개발·토지 공급이 주요 역할로서 앞으로 직접 공급을 담당하게 되는 경우 인력 확충과 업무 재편이 필요하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LH의 주택사업 인력 비중은 12.4%에 그친다. 조직 확충과 업무 조정에는 최소 1~2년이 소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LH개혁위 민간위원장을 맡은 임재만 세종대 공공정책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활동 기간을 12월 내에 완료하겠다는 목표 외에 자세한 내용은 답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LH는 2021년 직원들의 3기신도시 사전 투기 사태와 2023년 인천 검단신도시 지하주차장 붕괴 등 잇단 사고를 계기로 개혁이 요구돼 왔다. LH의 기본 사업구조인 토지 수용→택지 조성→민간 매각이 '땅 장사'라는 비판과 함께 부동산 가격 상승과 기업의 이익만을 추구한다는 문제점도 제기됐다. 공공임대 운영적자는 토지 매각 차익으로 메우는 구조도 도마에 올랐다.
160조 부채·인력난 한계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8월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LH 개혁위원회 출범식에서 임재만 위원장 등 위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문가들은 장기임대형 택지 공급, 직접 건설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160조원을 넘는 LH 부채가 큰 걸림돌로 지적된다. 전체 공급 체계에도 파급이 큰 만큼 개혁 속도를 높이기 어렵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임미화 전주대 부동산국토정보학과 교수는 "보여주기식 조직 개편이 아니라 공공성을 유지하면서 품질을 높일 인력 충원 등 실효성을 지원할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도급형 민간참여사업도 문제점이 제기된다. 대형 건설사들은 브랜드 가치의 유지가 중요한 만큼 가격 중심의 도급사업에 참여 유인이 적다는 것이다.

이무송 대한건설협회 신사업실장은 "도급형 방식은 브랜드 아파트가 기존 품질을 유지하기 어려운 저가 자재 사용 등 신뢰 하락 우려가 크다"며 "뉴홈 자이, 뉴홈 푸르지오, 뉴홈 아이파크 등 브랜드가 차별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입지가 좋지 않으면 사업 참여를 이끌기가 어렵고, 민간 참여 비중을 30%로 확대한다면 LH 조직·예산도 함께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LH-한국부동산원 통합론에 대해서도 부정 의견이 대체적이다. 두 기관이 각각 공급과 통계를 담당하는 만큼 성격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통합의 실익이 낮다는 분석이다. 역대 정부에서 LH 개혁은 여러 차례 추진됐지만 조직 저항·예산 문제 등으로 번번이 좌초됐다.

LH 개혁과 관련 맹성규 국회 국토교통위원장(더불어민주당·인천 남동갑)은 "LH 기관의 본래 취지에 맞게 국민 주거 안정을 목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