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미래연구원 제3회 인구포럼'은 여야 의원과 노동계, 경영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정년연장과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주제로 토론이 벌어졌다.
이날 포럼에서는 정혜윤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이 발제자로 나서 한국의 정년퇴직 비율이 17.3%에 그치고 나머지 80% 이상이 비자발적 이유로 평균 52.9세의 나이에 퇴사해 노동시장에서 밀려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벌어지고 있는 정년 연장 논의는 정년에 도달할 수 있는 17.3%를 위한 논의에 불과하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양질의 비정규직을 늘리고 노동시장의 임금체계를 연공급에서 직무급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무급의 경우 '기업별 직무급'이 아닌 노동 시장 전체에서 통용되는 공통 기준을 만들어 직무와 역할에 따라서 공정한 기준과 동일임금 원칙을 적용하는 '사회적 직무급'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정문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중앙연구원장은 "정년퇴직 비율이 20% 이하인 것은 현재 우리나라에 정년이 있는 기업이 22%에 불과하고 대부분 민간 대기업이나 공공기업인 데다 중소기업은 만성적 구인난으로 정년제도를 안갖추고 있기 때문"이라며 "오히려 10녀 전 8% 수준에 그쳤던 정년퇴직 비율은 정년제도 시행 이후 두배이상 늘었다"고 반박했다.
이어 "나머지 80% 이상이 정년퇴직을 못하는 이유는 좀더 들여다봐야 한다"며 "첫째 이유는 노동자 본인의 건강 안좋아서, 혹은 가족 중 누군가 아파서 퇴직한 비중이 3분의 1이고 45%는 정리해고나 휴·폐업에 따른 비자발적 퇴직"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돌봄 제도가 부족하기 때문에 회사를 그만둘수 밖에 없는 구조를 손봐야 한다"며 "또한 정리해고 등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문제를 안정화해야 한다"고 했다.
양질의 비정규직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국에선 비정규직이 모든 면에서 차별의 대명사"라며 "정년 연장이 그렇게 부담스럽다면 정년은 그대로 두고 국민연금 수급시기를 60세로 되돌리면 된다"고 꼬집었다.
여당의 정년연장 입법도 추진 속도가 너무 늦다고도 비판했다. 정 연구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이 2041년까지 단계적으로 65세 정년을 완성하는 방안을 검토했던 점을 지적하면서 "20년 이후 전 세계에서 65세 이상 초고령 인구 가장 많은 곳이 바로 대한민국"이라며 "그때가 되면 일본은 이미 70세 정년으로 가고 있을건데 우리는 2041년에 65세 정년을 완성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 골든타임을 놓쳐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경영계는 정년연장보다는 더 오래 일할 수 있는 고용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맞섰다. 김선애 한국경영자총협회 고용정책팀장은 "정년까지 일하는 비중 20%도 안 되는 상황에서 법으로 정년을 연장하는 건 제한적인 논의에 불과하고 일부 계층만 혜택을 보는 정책"이라며 "연공서열 중심의 임금체계와 경직적인 고용구조로 기업 입장에서는 연령이 맞고 경력 많은 노동력을 운용하기 부담스러워 고령자 퇴직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고령자 고용 안정성을 높이려면 기업이 감당 가능한 임금 수준을 함게 고려해야 한다"며 "연공급을 유지하면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GDP대비 7%에 달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는데 이러한 과도한 연공성을 완화하자는 게 경영계의 입장"이라고 전했다.
'사회적 직무급' 도입에 대해선 "장기적인 관점에선 동의하지만 사회적 합의 난의도가 정년연장 만큼 높을 것"이라며 "기업이나 업종에 따라 연봉이나 복지 차이가 나는데 이런 문제를 제쳐놓고 '대기업 사무직과 중소기업의 사무직에 동일한 임금을 주자'라고 하면 양쪽 모두 수용이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노동계와 경영계는 정년연장이 청년고용 위축을 야기한다는 주요 기관의 연구 결과를 놓고도 정반대의 입장을 피력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20년 발표한 '정년 연장이 고령층과 청년층 고용에 미치는 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민간 사업체(10~999인)에서 정년 연장의 예상 수혜자가 1명 증가할 때 청년층 고용은 약 0.2명 줄었다.
한국은행이 올해 발간한 '초고령사회와 고령층 계속근로 방안' 보고서에서도 정년 60세 의무화가 시행된 2016년 이후 고령층 근로자 1명이 증가할 때 청년 근로자는 0.4~1.5명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는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이에 대해 정문주 연구원장은 "정년연장은 청년 일자리를 대체하지 않는다"며 "돌봄 제도 부족과 고용불안 등의 문제 등이 있는데 단순히 숫자에다 청년을 갖다 붙여 '청년 일자리를 잠식한다'는 식으로 말하는건 굉장히 선동적"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김선애 팀장은 "법으로 정년을 늘릴때 청년고용이 감소한다는 통계 분석 보고가 대다수"라며 "무엇보다 전체 일자리가 아닌 청년들이 취업을 선호하는 공공기관이나 대기업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맞섰다.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정년연장 논의에서 볼모처럼 등장하는 게 바로 청년고용 위축 문제"라며 "고령자의 근로방식을 조정해서 발생하는 비용을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청년고용에 써야 갈등을 줄일 수 있고 그런 방식을 찾는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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