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G20 정상회의에 중국어 통역을 동행시키지 않은 사실이 알려졌다. 사진은 다카이치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31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중일 정상회담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는 모습. /사진=로이터
최근 중일 관계가 급격히 냉각된 가운데,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중국어 통역'을 아예 동행시키지 않은 사실이 알려졌다.
지난 23일(이하 현지시각) 일본 스포니치아넥스에 따르면 일본 기자 미네무리 겐지는 이날 후지TV 시사교양 프로그램 'Mr.선데이'에 출연해 "일본 측이 G20 정상회의에 중국어 통역을 데려가지 않았다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는 무리해서 리창 중국 총리를 만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현지 언론은 이번 회담에서 일본 측이 중국어 통역을 동행하지 않은 조치를 중일 갈등에 대한 일본의 강경한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본 총리가 중국어 통역을 배제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는 다카이치 총리가 지난 7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대만 유사시 개입 가능성'을 언급하며 중국이 강력히 반발한 사건과 관련돼 있다. 이후 중국 측은 일본 여행·유학 자제 권고, 일본산 수산물 수입 중단 등 사실상 '한일령'을 내리며 갈등이 급격히 고조됐다. 또 푸총 유엔 주재 중국 대사는 지난 21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서한을 보내 다카이치 총리의 주장은 "국제법과 외교 규범을 심각히 위반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G20 정상회의에서도 양국 정상의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G20 정상들과 단체 사진을 찍기 직전 리창 총리와 약 2m 거리에서 잠시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리창 총리가 반대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고, 다카이치 총리 역시 다른 정상에게 다가가 악수를 했지만 리 총리와는 거리를 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