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은 지난 17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중동·아프리카 4개국 순방에 나섰다. 주요 방산 수출국이 포함된 이번 순방의 핵심은 단연 '방산 세일즈'였다. 손석락 공군참모총장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을 비롯한 민·관 관계자들도 동행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구체적인 성과도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G20 정상회의가 열린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떠나 튀르키예로 향하는 공군 1호기 내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UAE에서 가장 구체적인 성과가 있는 것 같다"며 "사전에 비서실장이 특사로 가서 협업할 수 있는 분야들도 많이 정리했고, 구체적 사업도 발굴해 아주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큰 성과가 난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은 UAE와 방산 분야에서 '완성형 가치사슬 협력모델'을 구축하기로 했다. 단순 수출·구매 구조에서 벗어나 공동개발과 현지생산, 제3국 공동 수출에 이르는 협력 모델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약 150억달러(약 22조원) 규모의 방산 사업에서 국내 기업들의 수주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집트에서는 한국산 무기의 현지 생산 확대 방안이 언급됐다. 이집트 정부는 2022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K9 자주포 등 약 2조원 규모의 방산 계약을 체결했으며, 현지에 건설된 K9 자주포 생산공장이 내년 중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향후 FA-50 고등훈련기와 천검 대전차 미사일 등으로 협력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근 중동 국가들은 무기 공동개발·생산·판매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급변하는 지역 정세 속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 기술 자립 등을 이루기 위해서다. 국내 방산 업체들이 최대 수출 시장인 유럽에서 합작법인 설립, 현지 생산 및 기술 이전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중동에서도 같은 방식이 적용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중동 주요국의 방위산업 동향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중동 주요국의 현지화 전략에 따라 장기적으로는 단순 수출이 아닌 현지 기업과의 합작법인 설립 등을 통해 현지에서 조립·생산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25일 UAE 국영통신사 WAM 등 외신에 따르면 LIG넥스원은 현지 방산업체 칼리두스와 합작투자회사 설립을 추진한다. UAE 정부의 방산 현지화 전략에 발맞춰 차세대 방공시스템 공동개발·생산을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사우디 국가방위부와 합작법인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 중동∙북아프리카 지역 총괄법인(RHQ)을 세웠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유럽과 마찬가지로 중동에서도 현지화 전략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며 "방위 사업은 전반적으로 사업 주기가 길고 국가 간 외교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아 장기적 관점에서 기반을 꾸준히 다져나가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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