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1인당 국내총생산(GDP) 7만달러 시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정치 시스템의 혁신, 특히 과잉 입법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일하는 국회'라는 미명 아래 법안이 남발되면서 충분한 논의 없이 법안이 졸속 처리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이는 결국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목할 점은 최근 4년 동안 발의된 법안의 97%(2만5027건)가 의원 발의 법안이었다는 사실이다. 이를 제외하면 정부 발의 등 나머지 발의 건수는 3%(831건)에 불과해 주요 선진국과 큰 차이가 없다. 법안이 과도하게 쏟아져 나오다 보니 가결률은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 21대 국회의 가결률은 11.4%에 불과하며 의원 발의 법안만 따로 보면 5.9%까지 낮아진다.
문제는 이 같은 입법 발의 남발이 결국 막대한 사회적 비용으로 돌아온다는 점이다. 법안이 너무 많아지면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기 어려워져 그 결과 표를 의식한 선심성 입법이나 특정 이익집단을 위한 규제 법안, 기존 법률과 충돌하는 모호한 법안 등이 졸속으로 통과된다. 이는 불필요한 예산 지출과 행정력 낭비로 이어진다. 급하게 도입된 규제는 기업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려 불필요한 준수 비용을 유발하고 투자와 일자리 감소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입법 발의 남발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어센드 코리아 7은 사전 입법영향평가 제도 도입을 제안한다. 이 제도는 법안 발의 단계에서 해당 법률이 국민에게 미칠 경제적·사회적 영향과 행정적 비용 등을 미리 분석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장치다. 입법의 품질을 높이고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한 안전장치로 평가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17년 한국 정부와 국회에 제도 도입을 공식 권고했다. 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의회민주주의 국가 중 유일하게 사전 입법영향평가 제도가 도입되지 않은 국가로 남아 있다. 국회가 더 이상 발의 건수 경쟁을 멈추고 국민 삶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법률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입법영향평가 도입 과정에서 제기되는 비용 부담과 국회의 입법권 침해 논란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다. 평가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예산과 전문 인력이 필요한 데다 절차가 강화될 경우 의원 발의를 실질적으로 제약해 '국회의 고유 권한을 침해한다'는 반발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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