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성과 중심의 임금 체계 전환, 퇴직 후 재고용 등의 대안이 제시되지만 임금·근로 체계 개편은 근로자의 생계와 직결되는 만큼 노동조합뿐 아니라 일반 국민 사이에서도 의견 차가 크다. 전문가들은 정년 연장을 둘러싼 갈등을 해소하려면 임금 체계 개편과 고용 방식 전환을 포함한 단계적 해법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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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늙고 덜 낳는' 대한민국, 정년연장 해법 무엇일까━
정년 연장 요구의 또 다른 배경에는 '소득 크레바스'(Income Crevasse)가 있다. 법정 정년인 만 60세에 퇴직한 후, 국민연금 수령 개시 연령이 될 때까지 소득이 완전히 끊기는 기간을 의미한다. 올해 63세인 국민연금 수령 연령은 점차 상향 조정돼 2033년에는 65세가 된다. 현실의 퇴직 시계는 법적 정년보다 빠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가장 오래 근무한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한 평균 연령은 49.4세로 50세도 되지 않았다.
대기업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정년을 늘려 초고령화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고용을 '어떻게' 연장하느냐가 문제인데 노동계는 법적으로 65세 정년을 보장하자고 주장한다. 경영계는 정년을 법으로 정하기보다 기업 사정에 따라 퇴직 후 재고용 등을 자율 선택하게 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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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반발 최소화 한 '사회적 직무급' 제도 주목━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연공 중심 임금체계에서는 근속기간이 길어질수록 인건비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숙련 인력을 유지하기보다 젊은 직원을 뽑는 편이 낫다"면서 "정년을 늘리려면 임금도 함께 조정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해 노사의 합의가 제도로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계에 우호적이었던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직무급제 도입이 논의됐지만 뚜렷한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직무 가치나 성과가 높은 상위 30%는 보상이 늘 수 있지만 다수의 노동자는 기존 수준에 머물거나 오히려 임금이 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사회적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회적 직무급' 제도를 도입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산업별로 사용자 단체와 노동조합이 직무별 임금 기준을 공동으로 마련하는 방식으로 직무에 따른 공정한 임금 질서를 사회적 합의로 구축하자는 것이다.
정혜윤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노동시장에서 통용될 수 있는 공통 기준을 만들고 직무와 역할에 따라 동일임금 원칙을 적용하자는 제안"이라며 "중소기업·비정규직·고령층까지 포괄하는 기준을 마련해 고용 조정과 지속 가능한 임금 구조의 틀을 사회적 합의로 정립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정 부연구위원은 "직무급 전환은 세대 간 형평성, 산업 간 공정성, 정부의 조정 기능이 동시에 작동해야 하는 중층적 과제"라며 "이를 뒷받침할 교섭 구조를 복원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금융·보건의료 등에서 시범 교섭을 먼저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우리 사회의 노동시장 특성을 고려한 '연착륙 방안'을 마련해 갈등을 조정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를 위해선 정년 연장을 일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단계적이고 탄력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일본이 약 25년에 걸쳐 ① 고용 연장 노력 → ② 일부 대상자의 점진적 연장 → ③ 희망자 전원 고용 의무화로 제도를 확대해 온 것처럼 기업에 정년 연장·정년 폐지·계속고용 중 선택권을 부여해 노동 시장의 수용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년 이후 계약직·시간제 재고용을 활성화하면 숙련 인력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청년층 채용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직무·성과 중심 임금 체계로의 전환을 통해 고령 인력의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고 청년 고용 인센티브(세제 혜택·보조금·직무훈련·인턴십 확대 등)도 병행해 갈등을 최소화, 사회적 공감대를 끌어올려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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