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타이포 아파트 화재 참사로 세상을 떠난 이들의 사연이 전해져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사진은 지난 26일(현지시각) 홍콩 타이포 아파트 화재 사고 현장에서 주민들이 진압 과정을 지켜본 모습. /사진=로이터
홍콩 타이포 아파트 화재로 인해 숨진 이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졌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28일(이하 현지시각) 두 아이를 먼저 피신시키고 끝내 자신은 빠져나오지 못한 30대 여성 A씨의 사연을 보도했다. 당시 외부 복도에서 강한 열기가 밀려왔고 벽면 마감재가 타들어 가며 파편이 집 거실과 방 안으로 떨어졌다.

A씨는 아이들이 있던 방 쪽이 상대적으로 연기가 덜하다고 판단한 후 두 아이를 창가로 밀어냈다. 그는 뒤에서 밀려오는 불길을 막아내기 위해 손으로 떨어지는 불붙은 파편을 막아내며 시간을 벌었다. 인근 세대 주민이 유리창을 깨고 들어가 아이 둘을 구조했지만 A씨는 잔해가 무너져 결국 외부로 추락해 세상을 떠났다. A씨의 남편은 "아내는 마지막 순간에도 아이들만 생각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희생자인 40대 후반 남성 B씨는 아들과 함께 대피하던 과정에서 서로 다른 동으로 이동하면서 구조되지 못했다. 당시 B씨와 아들이 있던 층은 계단실을 통해 연기가 빠르게 퍼지고 있었다.

이에 B씨는 아들 방 쪽이 상대적으로 연기가 덜하다고 판단해 "잠깐 떨어져 움직이자"고 한 후 서로 다른 탈출로를 찾기로 했다. 하지만 불길은 예상보다 더 빠른 속도로 확산됐고 동과 동 사이 이동로가 순식간에 막혀 서로 위치를 알 수 없었다.

아들은 구조대에 의해 비교적 일찍 구조됐다. 하지만 B씨는 이후 연락이 닿지 않은 채 실종됐고 내부 수색 과정에서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 아들은 "함께 있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희생자 중에는 결혼을 한 달 앞둔 20대 예비 신부 C씨도 있었다. 그는 연기를 들이마신 뒤 의식을 잃고 사망했다. C씨는 실내로 유입된 강한 연기를 들이마신 직후 쓰러졌다.

구조대는 내부 진입이 가능해진 후 C씨를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다. 하지만 C씨는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12시간 만에 사망했다. C씨의 예비 신랑은 "집 안에 청첩장 300장이 그대로 남아 있다"며 "결혼 준비가 화재와 함께 멈춰버렸다"고 눈물을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