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산 동서대학교에서 열린 시사대담에 참석한 박형준 시장의 발언은 예상보다 수위가 높았다. 박 시장은 단순히 '유감'을 표명하는 수준을 넘어 당 차원의 진정성 있는 반성과 사과가 선행돼야 함을 역설했다.
박 시장은 이날 대담에서 "계엄 선포 과정의 법적·절차적 정당성을 따지기에 앞서 그 사태로 인해 우리 국민들이 받았을 엄청난 충격과 불안감을 먼저 헤아려야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집권 여당으로서 국정 운영에 혼란을 초래하고 국민을 놀라게 한 점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 없이 진심 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며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거나 '불가피했다'는 식의 논리는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박 시장은 특히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듯 중도층 민심을 강조했다. 그는 "보수 지지층만 바라보고 가서는 결코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며 "합리적인 중도층과 수도권 유권자들이 등을 돌린 이유를 직시하고 우리가 먼저 고개를 숙여야만 다시 지지를 호소할 명분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이는 '선 사과, 후 수습'만이 떠나간 민심을 되돌릴 유일한 길이라는 점을 지도부에 강력히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키를 쥐고 있는 장동혁 당대표와 지도부의 생각은 달라 보인다. 장 대표는 박 시장의 발언 이후에도 별다른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은 채 '단일대오'를 주문하고 있다.
지도부의 '버티기' 모드에 현장에서 표를 밭을 갈아야 하는 지방선거 출마 예정자들은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특히 여론에 민감한 수도권과 부산·경남(PK) 접전지 출마자들 사이에서는 박 시장의 발언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높다. 부산 지역의 한 시의원은 "박 시장이 총대를 메고 할 말을 했다는 분위기"라며 "지도부가 현장의 위기감을 너무 모르는 것 같다. 이대로 가다간 내년 선거는 필패"라고 우려를 표했다.
정치권에서는 박 시장의 이번 발언이 단순한 의견 제시를 넘어 내년 지방선거 공천과 관련한 '노선 투쟁'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정치 평론가는 "박 시장은 3선 도전을 염두에 두고 '합리적 보수' 이미지를 굳히려는 전략"이라며 "장동혁 대표 체제가 계속해서 민심과 괴리된 강경 노선을 고집할 경우 지방선거 후보자들과 연대해 지도부를 압박하는 모양새가 연출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계엄 논란을 어떻게 매듭짓느냐에 따라 국민의힘의 내년 지방선거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박 시장이 제기한 '사과론'이 당내 역학 구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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