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불공정거래·회계부정' 관련 선진화 TF 첫 회의를 민·관·학계 전문가와 함께 열었다. 사진은 지난 7월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근절 실천방안' 합동 브리핑 당시 모습. /사진=뉴시스
금융위원회가 민·관·학계 전문가와 함께 불공정거래·회계부정 조사·제재 선진화 TF(태스크포스) 첫 회의를 열고 '주가조작=패가망신'이라는 정부의 기조를 다시금 주지시켰다.
금융위는 절차적 권리 보호가 공정한 제재의 출발점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현장의 숨은 고충도 경청했다.

2일 금융위는 박민우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주재로 업계·학계·법조계·유관기관이 참여하는 '불공정거래·회계부정 조사·제재 선진화 TF' 첫 회의에서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및 회계부정 조사·제재 관련 피조치자 방어권 강화방안을 포함한 조사·제재 제도 전반에 대해 머리를 맞댔다.
불공정거래 엄단, 현장 고충도 경청
이번 회의는 지난 8월27일 발표된 '증선위 3대 중점 운영방향'의 후속조치로 마련됐다. 당시 증선위는 "불법·불공정행위 엄정대응, 생산적 금융의 핵심인프라 지원, 감독·제재 체계 선진화" 등을 핵심 비전으로 제시했다. 조사·감리·제재 절차 전반에 걸쳐 피조사인 방어권 보장 강화 및 경제형벌의 적정성 등에 대해서도 검토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정부는 코스피 5000시대 도약을 선언하며 '주가조작=패가망신'이라는 기조를 내세웠다. 이를 위해 자본시장의 공정한 거래 질서를 망치는 행위를 엄단하겠다고 공언하며 증권업계·기자 등이 연루된 1000억원 대 시세조종 혐의를 포착했고 미공개중요정보 이용 불공정거래 혐의도 적발해 압수수색까지 진행한 바 있다.

자본시장 안정화를 위한 정부의 강경한 기조는 계속된다. 최근 '불공정거래 근절 실천방안' 및 '회계부정 제재 강화방안' 등을 통해 무관용 원칙도 확립했다. TF는 이러한 엄정한 시장규율 기조를 흔들림 없이 유지하면서도 그 과정에서 기업의 방어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제재의 합리성을 높여 시장의 예측가능성을 확보하는 데 중점을 둘 계획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한국상장회사협의회(상장협), 코스닥협회, 한국공인회계사회(한공회)가 현장의 애로사항과 제도개선 필요사항을 건의하고 민간전문가들도 관련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이날 3개 유관기관은 현행 제재 시스템의 경직성과 절차적 미비점을 지적하며 구체적인 대안을 내놨다.

상장협과 코스닥협회는 고의성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은 회계오류까지 형사처벌 절차를 밟게 될 우려가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제재의 선진화" 필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피조사자에게 보다 충실한 소명기회가 보장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요청했다.

한공회는 현재 감사인에 대한 처벌수준과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일부의 지적이 있는 감리절차에 대한 개선을 주문했다.

회계부정에 대한 형벌수준이나 감사인에 대한 과징금의 경우 해외사례나 보호법익이 유사한 범죄와 비교할 때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하며 방어권 보장을 위해 감리과정에서 조치대상자의 정보접근권 강화도 요청했다.
금융당국이 민·관·학계 전문가와 '불공정거래·회계부정' 관련 선진화 TF 첫 회의를 열고 머리를 맞댔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일관된 공정거래 정착 의지 필요"
회의에 참석한 민간전문가들은 유관기관의 제안취지에 공감하며 개선 여부와 구체적 개선방향에 대해서는 앞으로 논의 과정에서 해외사례, 타 입법례 등을 참고하여 심도 있게 검토해 나가기로 했다.
이밖에 민간전문가들은 그동안 불공정거래에 엄정 대응하기 위해 과징금 제도 도입, 부당이득 산정방식 법제화, 제재수단 다양화 등 중요한 제도개선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하면서 정부의 불공정거래 원스트라이크 아웃 효과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분쟁을 방지할 수 있도록 조사·제재 과정에서의 법률적합성과 예측가능성을 보다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나온 유관기관과 민간전문가들의 제언 등을 바탕으로 TF를 '불공정거래 분과'와 '회계부정 분과'로 나누어 내년 상반기까지 보다 심도 있는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불공정거래 조사, 회계감리, 제재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해 자본시장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불공정거래 및 회계부정 범죄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제재하겠다"며 "동시에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해 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 질서를 확립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TF 회의에 참석한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법학박사)은 "정부가 일관되게 불공정거래 근절과 공정거래 정착을 위한 정책을 펴는 것 자체가 긍정적"이라며 "이미 관련 제도가 많이 도입 됐지만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시장 신뢰 향상을 위해 다양한 의견을 내며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