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이 4일 오후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서 연임 소감을 밝히며 웃음짓고 있다./사진=뉴스1
진옥동 호(號) 2기가 출범한 신한금융이 계열사 CEO(최고경영자) 인사에 착수했다.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는 '균형 조정' 기조에 속도가 붙을 전망으로 진 회장이 내세운 질적 성장 전략은 단기 이익보다 자본·건전성 중심의 체력 강화에 방점이 찍힐 것으로 보인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이날 오전부터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자경위)를 열어 자회사 CEO 인사 논의에 착수했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자회사 14곳 중 9곳의 CEO를 교체하며 대대적 인적 쇄신을 마친 상황이다. 진 회장은 이번 인사를 통해 외형보다 포트폴리오 구조와 리스크 흡수 능력을 점검하는 데 초점을 둘 것으로 관측된다. 단순 교체 여부보다 비은행 축의 수익 기반과 건전성 관리 역량을 재확인하는 과정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올해 신한금융 내 14개 자회사 중 대표 임기가 마무리되는 곳은 4곳으로, 이영종 신한라이프 사장, 조재민 신한자산운용 사장, 이승수 신한자산신탁 사장, 강병관 신한EZ손해보험 사장 등이 이달 31일로 임기가 만료된다. 이영종·강병관·이승수 대표는 각각 1년, 조재민 대표는 2년 연임에 성공해 추가 임기를 보내고 있는 상태다.

이영종 신한라이프 대표는 취임 첫해인 2023년 4724억원, 2024년 5284억원의 성적을 내며 오렌지라이프와 신한생명의 통합으로 출범한 신한라이프의 외형과 수익성을 동시에 끌어 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한라이프는 올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5145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다만 그룹 내 CEO 임기 관행이 대체로 '2+1년'에 맞춰져 있어 연임 전망에는 변수가 남아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조재민 신한자산운용 사장은 진옥동 회장 체제에서 신임을 얻고 있는데다 2023년 말 이례적으로 2년의 추가 임기를 부여받아 연임 전망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든다.


강병관 사장은 올해 3분기 27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해 실적 개선이 연임 판단의 주요 변수로 거론된다. 이승수 대표는 지난해 마이너스(-)1785억원 적자에서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194억원 흑자로 전환했다.

앞서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전날 서울 중구 신한금융 본사에서 열린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이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자회사 CEO 인사와 관련해 "이번에 임기가 도래하는 CEO가 많지는 않지만 자경위를 열어봐야 구체적으로 알 수 있을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질적 성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손익계산서(PL) 중심 경영에서 밸런스 시트(대차대조표) 중심 경영으로의 전환, 즉 단순히 이익을 많이 내는 것이 아니라 재무구조를 튼튼히 하는 것"이라며 "이번 자회사 인사도 질적 성장을 어떻게 이뤄낼지가 핵심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진 회장이 강조한 '질적 성장' 기조는 비은행 포트폴리오의 체력 보강에 직결될 전망이다. 신한금융의 비은행 부문 순이익은 올해 3분기 누적 1조4161억원으로 전년동기(1조3406억원) 대비 5.6% 증가했다.

비은행 순이익 비중도 1년 새 25.2%에서 29.4%로 확대됐지만 직전분기(30.3%)와 비교하면 소폭 조정됐다. KB금융의 비은행 순이익 비중이 3분기 37.3%까지 높아진 점을 감안하면, 비은행 경쟁력 보강은 진옥동 2기 체제의 과제로 남아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