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고성장에 힘입어 연말 증시에 산타랠리 기대감이 커지고 있으나 한국거래소 주요 산출 테마 지수 가운데 유일하게 게임주만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래픽=강지호 기자
증시 활황 속 연말 '산타 랠리'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게임주만 소외돼 관련 기업 투자자들의 근심이 커진다. 신작 모멘텀 부재와 투자 대비 개발비 회수 어려움으로 게임 산업 전반에서 고충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10월 1일 3455.83포인트에서 이달 15일 4090.59포인트로 4분기에만 약 18% 상승했다. 이재명 정부의 '코스피 5000' 선언 이후 지배구조 개선·배당 확대 등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정책이 속도를 내며 연초 대비로는 70%에 육박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코스닥 역시 같은 기간 845.34포인트에서 이달 15일 938.83포인트로 11.06% 올랐으며 지난 4일에는 장중 사상 최초로 시가총액 500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한국거래소 주요 테마 지수 가운데 'KRX 게임 TOP 10' 지수만은 올해 유일하게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해당 지수는 크래프톤·엔씨소프트 등 국내 주요 게임사 10곳으로 구성돼 산업 투자 심리를 가늠하는 바로미터 역할을 하지만 10월 1일 697.15포인트에서 이달 15일 620.49포인트로 11% 가까이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와 코스닥이 각각 10% 넘게 치솟은 것과는 대조적으로 역(逆)수익률을 기록했다.


대형 게임주의 동반 약세가 지수 부진 원인으로 분석된다. 크래프톤은 올해 5월 종가 기준 38만6000원으로 연중 고점을 기록한 뒤 이달 12일 24만9000원에 마감하며 약 35.49% 급락했다. 배틀그라운드 IP는 견조하나 후속 히트작 부재가 주가 압박 요인이라는 평가다.

엔씨소프트 역시 신작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야심차게 내놓은 '아이온2' 출시 이후 주가가 약 15% 빠졌으며 컴투스·위메이드·넷마블 등 다른 주요 종목들도 약세다.

중국 게임사들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며 국내 기업의 입지도 좁아지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 게임사의 시장점유율이 하락하는 가운데 최근 출시되는 완성도 높은 중국 게임들은 유저 유입을 위해 과금 강도를 낮추는 전략을 쓰고 있다"며 "공급 과잉과 경쟁 심화가 게임 단가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수익성 압박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용자 취향 재편도 주가 약세의 원인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숏폼 콘텐츠가 일상화되면서 하루 평균 시청 시간이 40분에서 140분까지 폭증했지만 모바일 게임 플레이 시간은 40분에서 60분대로 정체됐다. 히트작 수익화 기간은 6개월 이내로 짧아지는데 비해 신작 개발 주기는 최대 5년으로 길어져 개발 비용 회수가 어려워지는 딜레마 또한 게임주 약세를 심화시키고 있다.

증권가는 내년 출시될 대형 신작이 주가 상승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내다본다. 엔씨소프트의 '아이온2'를 시작으로 내년 출시될 펄어비스의 '붉은사막' 등 굵직한 타이틀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낼 경우 투자 심리가 빠르게 회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사 자체 결제 도입으로 실적 개선도 가능해 보인다. 넷마블은 2022년 자체 PC 런처에서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 '세븐나이츠 리버스' 등에 결제 서비스를 도입해 지급수수료 비중을 2020년 40%대에서 올해 30%대로 낮췄다.

엔씨소프트는 자체 결제 시스템 '퍼플'을 도입했으며 넥슨 역시 '마비노기 모바일' 등 주요 타이틀을 중심으로 PC런처 기반 자체 결제 시스템을 적용 중이다. 게임업계에서는 인앱결제 수수료율이 인하될 경우 국내 주요 게임사의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분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