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비만 치료제를 개발 중인 국내 기업이 주목된다. 사진은 디앤디파마텍의 경구화 플랫폼 기술 오랄링크 설명. /사진=디앤디파마텍
국내 제약사들이 차세대 비만 치료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시장을 선제 장악한 주사 제형보다 편의성이 뛰어난 경구·패치 제형 기술 개발을 통해 차별화 요소를 확보하겠다는 의도다. 경구·패치 제형 비만 치료제가 상용화되면 주사 제형에 두려움이 있는 비만 환자들의 수요를 흡수할 수 있을 전망이다.
디앤디파마텍, 경구제 한계 '생체이용률·안전성' 극복 기대감
1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경구형 비만 치료제 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기업으로 디앤디파마텍이 꼽힌다. 일반적으로 경구제는 소화기관을 통과해야 해 주사제보다 생체이용률이 낮은 게 한계다. 주사제 대비 펩타이드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에 체중 감량 유효성을 위해 요구되는 펩타이드양이 많아 부작용 우려도 크다. 디앤디파마텍은 낮은 생체이용률과 안정성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인 오랄링크를 보유하고 있다. 해당 기술은 GLP(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비만 치료제 개발 등에 활용 가능하다.
디앤디파마텍의 오랄링크는 펩타이드 분해를 막기 위해 펩타이드의 성질을 변화 혹은 개선시켜 경구제에 적합하도록 만드는 기술이다. 지질화를 통해 약물 반감기를 늘려 1일 1회 경구 복용을 가능하게 하고 반복 투여 시 개인 간 흡수 편차를 줄일 수 있다. 리간드화, 투과 촉진제, 안정화제를 활용해 소화 효소에 대한 안전성과 펩타이드 약물 투과도를 높일 수도 있다.

디앤디파마텍은 오랄링크 기술을 활용해 비만 치료제 파이프라인 기술이전 성과를 꾸준히 내왔다. 디앤디파마텍은 2023년과 2024년 두 차례에 걸쳐 경구용 GLP-1/GIP(포도당 의존성 인슐린 분비 촉진 폴리펩타이드) 수용체 이중 작용제 MET-GGo를 포함해 총 6종의 비만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미국 멧세라에 기술이전했다. 계약 규모는 약 1조1000억원에 달한다. 최근 글로벌 빅파마 화이자가 멧세라를 최대 100억달러(약 15조원)에 인수하면서 오랄링크 기술 기반 경구용 비만 치료제 상업화 가능성도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 1회 부착해 체중 감량… 대웅 '붙이는 위고비' 정조준
사진은 대웅테라퓨틱스의 마이크로니들 패치를 손가락 위에 올린 모습. /사진=대웅테라퓨틱스
패치형 비만 치료제와 관련해서는 대웅테라퓨틱스가 주목받고 있다. 대웅테라퓨틱스는 지난 9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의 마이크로니들 패치 임상 1상 시험계획(IND) 승인을 받았다. 세마글루타이드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의 체중 감량 비법으로 유명했던 노보 노디스크 위고비의 주성분이다. 대웅테라퓨틱스는 임상 1상을 통해 마이크로니들 패치의 안전성과 약동학적 특성을 평가하고 주사제 대비 상대적 생체이용률을 확인할 계획이다.
대웅테라퓨틱스가 개발 중인 패치는 피부에 부착하면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으로 구성된 미세바늘이 녹아 약물을 피부 진피층에 직접 전달하는 방식이다. 주 1회 부착하면 돼 간편하다. 대웅테라퓨틱스의 독자적 약물전달 플랫폼 클로팜이 적용돼 오염 우려 없이 정밀하게 약을 투여할 수 있다. 패치 제형은 주사제보다 치료 순응도가 높고 경구제와 비교했을 때도 복용 부담이 적은 게 특징이다.


세마글루타이드 마이크로니들 패치에 적용된 클로팜은 생체이용률이 높다는 장점도 보유했다. 클로팜의 생체이용률은 피하 주사제의 80% 이상으로 알려졌다. 기존 마이크로니들 패치의 생체이용률(30% 수준)보다 2배 이상 높다. 경구제와 비교했을 때는 약 160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대웅테라퓨틱스는 안전성과 효율성을 갖춘 새로운 제형을 통해 비만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국내 기술이 세계 시장에서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박성수 대웅제약 대표는 세마글루타이드 성분 마이크로니들 패치 임상 1상 진입과 함께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는 혁신 제품을 선보이고자 한다"며 "주 1회 간편한 패치 제형은 환자의 순응도를 높이고 의료 현장의 효율성을 개선할 수 있는 차세대 옵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